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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Dec 11. 2019

핀란드 우체국 파업이 총리를 바꿨다

우체국이 쏘아 올린 공! 34살 세계 최연소+동성부부의 딸+워킹맘 총리

제목 배경 사진: Tiia Lillkvist/Yle, https://yle.fi/uutiset/3-11111718



우체국 1, 2차 파업 사태 요약


처음 핀란드 우체국 파업에 관한 글을 쓴 것은 언론의 두 가지 접근이 꽤나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우선, 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평균임금 대비 삭감 예상 임금을 숫자로 보여주며 노동자들의 처한 현실과 파업 이유를 대중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신선했다. 또한, 우체국 경영진의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최고경영자의 연봉과 인상 폭을 공개하며 가진 자의 탐욕에 대한 민낯을 공개해 우체국 경영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형성해 노조에 힘을 실어준 점이 매우 낯설었다. 이렇듯 파업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는 매우 다른 점을 소개하고 싶었다.


핀란드 우체국 파업이 정부 개입으로 중단되었다는 보도를 끝으로 해피엔딩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우체국 배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더니, 우체국 파업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우체국 경영진 참 끈질기구나! 국영기업인데 정부는 왜 통제를 못하지? 몇몇 생각을 끝으로 우체국 파업에 대한 관심을 일상으로 돌리려던 찰나, 다른 노조들의 연대파업 소식이 들려왔다. 우체국 노조의 파업이 초래한 불편은 파급력이 없진 않았지만 대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연대파업으로 인한 불편은 대중에게 상당히 크게 다가왔고, 우체국 파업이 언론의 지속적 관심을 받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경영진의 무리수라는 여론에 밀려, 입금 삭감 시도가 없던 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파업도 막을 내렸다.



우체국 경영진이 쏘아 올린 공: 총리 사퇴, 새 총리 선출


어쩌다 보니 우체국이 총리를 갈아치웠다.


우체국 경영진의 임금 삭감 노력은 노조가 나름 선방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핀란드 34세 최연소 여성 총리 탄생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5개의 정당의 대표들이 모두 여성이고, 한 명을 제외한 네 명이 30대라는 흥미로운 뉴스를 세계에 전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출처: https://twitter.com/TNiskakangas/status/1203729511658995713


우체국 파업 협상 과정에서 정부 소유인 우체국을 관리하는 국가 소유 관리부 (Minister for State Ownership Steering)가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그 과정에서 우체국 경영진의 임금 삭감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방치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부서 장관이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 동시에 이전 총리도 해당 계획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이전 총리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확실히 하지 않았다. 또한 이전 총리가 노동조합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논란에 대한 이전 총리의 명확하지 않은 대응에 중앙당 대표가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중앙당이 현 정부 체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전 총리가 사퇴하고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싼나 마린 (Sanna Marin)은 지난 8일 사민당 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32표를 얻어 29표를 얻은 다른 후보를 제치고 새로운 총리에 당선되었다. 2015년에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한 재선 위원인  마린은 이번 정부의 시작이었던 지난 6월부터 교통 통신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마린은 지난겨울  선거운동 기간 중 병가 중이던 이전 총리를 대신해 사민당을 이끌며 TV 선거 토론에서 두각을 보이며 사민당의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금전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마린은 가족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 성취를 핀란드의 복지 제도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또한, 여성 동성부부 사이에서 자라면서 사회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민당 소속이지만 상당히 녹생당적인 성향이 강하며, 평등을 중시하는 카리스마 지닌 강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당의 총리 불신임 선언의 파장


핀란드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의원내각제를 추구한다.  의회는 2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며 안정된 정책 집행을 위해 내각 구성은 최소 101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합정부를 이루는 경우가 상당하다. 현재 정부는 제1당인 사민당 (40석)을 중심으로 중앙당 (31석), 녹색당 (20석), 좌파동맹 (16석), 스웨덴인당 (9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31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중앙당이지만 현재의 연합정부의 구성상 정부를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게 바로 중앙당의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선언이 총리 교체를 불러오 이유이다. 중앙당의 총리 보이콧은 굉장히 큰 정치적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기에 현 정부 체재 유지라는 전제조건을 명확히 했다.


중앙당이 연합정부에서 빠지길 원했다면, 사민당이 새로운 정부 파트너를 구하거나, 최악의 경우 재선거까지 언급되는 상황이었다. 12월 초에 발표된 지난 11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핀란드인들은 극우파이면서 제2당인 핀란드인당 (39석)을 24.3%로 가장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정부의 지지도는 5개 정당을 합쳐 50%가 나왔지만, 각각의 정당에 대한 지지도는 핀란드인당과 비교하면 상당이 열세다. 중앙당은 지난 정부를 이끈 당으로 선거 참패로 규모가 상당이 줄어든 상황에 현재 지지층에 대한 정체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중앙당이 현 정부 체재 유지라는 전제조건을 내걸게 만들었다는 예측을 뒷받침해준다.



새 총리, 새 정부? 총리만 갈아치운 듯?


핀란드 최대 신문사 헬싱긴 싸노맡의 편집자인 뚜오마스 니쓰까깐가쓰 (Tuomas Niskakangas)가 새 총리 선출을 전하며 연합 정부를 이끄는 당 대표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한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위 이미지 참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핀란드의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의 탄생 소식을 더욱 주목받게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11일 발표된 내각의 수반들을 보면 약간의 자리 이동만 있을 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전 총리에게 우체국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한 국가 소유 관리부 장관 (Minister for State Ownership Steering)이 사퇴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총리가 사퇴하면서 장관직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 국가 소유 관리부 장관은 지방정부 장관 (Minister of Local Government)으로 자리 이동을 하면서 장관직을 유지하는 다소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새 총리, 마린 총리의 발언, "그저 사람이다."


최연소 여성 총리라는 수식어가 부담이 되었는지, 마린 총리는 자신이 달라진 점이 없으며, 정치에 있어서 나이와 성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자신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들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I  will respond in the same way as before. I have not actually ever  thought about my age or my gender, I think of the reasons I got into  politics and those things for which we have won the trust of the  electorate," Marin said


새 정부의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마린 총리는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세대의 정치인 ("a politician for the Instagram generation")답게 소셜미디어 사용에 있어서의 자신의 입장을 언급했다. 총리이지만 개인으로써 이전처럼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의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총리 또는 정부의 입장으로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When it comes to social media or Instagram, I think I’m an individual -- a real person even though I’m a prime minister also. So I won’t change the way I behave," Marin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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