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발급한 스타벅스 카드로 시애틀 스타벅스에서 결재?!
직업으로 연설문을 쓰던 때가 있어서 정치인은 물론이고 각 기업 CEO의 연설문도 재미있게 본다. 잘 쓴 연설문만 봐도 업계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느 부분이 유망할지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KB, 하나 등을 비롯한 여러 은행의 신년사에 스타벅스가 경쟁사로 등장했다.
요즘 젊은 층에 백화점 상품권보다 인기 있다는 스타벅스 상품권과 충전해서 쓰는 스타벅스 카드 덕분에 2018년 기준 스타벅스 카드에 사용하지 않고 쌓여있는 현금 보유액이 1.8조 원, 이익 이연금이 7.8조 원이 넘고, 가입자 수도 삼성페이, 애플페이보다 많다.
현금보유액을 채권같이 안정적인 곳에만 투자해도 -물론 현금 보유액이 워낙 높으니 전략적으로 투자하겠지만- 수천억 원 대, 이자만 갖고도 어지간한 회사 매출이 나올 듯. 그러니 은행이 스타벅스를 경쟁자로 지목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거기다 스타벅스 앱을 통해 충전을 하고 결재하는 방식으로 카드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제로페이의 목적이 소상공 카드수수료를 줄인다는 것이었는데 효과를 거뒀는지 모르겠다. 큐알기반의 제로페이는 각 카드사 페이에 적용되는 NFC에 비하면 뒤처진 기술이라 느리고 불편하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QR스캔하고 가격 입력하고...물어보니 잘 되는 가게는 손님들 기다리는데 방해된다고 제로페이 안쓴단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공적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갖가지 지역 페이와 상품권 모델을 보면 답답하다. 금융은 습관인데 할인 찔끔해준다고 소비 습관이 바뀔까. 금융서비스 시장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의도마저 빛이 바랜다. 할인액과 홍보비만 수백억 원, 분배 효과도 없이 여기저기 계정에서 끌어와 쓰는 돈 그게 다 세금.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아에 없다. 그나마 경기페이는 충전식 모델을 도입했고 지역화폐도 카드 형태로 발급하는 등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제로페이는 자체 플랫폼이 없으니 페이코나 카카오같은 다른 간편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만 쓸 수 있다.
2018년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 파트너로 참여했다. 전 세계에 영업장을 두고 있는 스타벅스의 수익을 암호화폐로 통합 관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년 지나지 않아 환전할 필요 없이 자국에서 발급한 스타벅스 카드로 전세계 어느 지점에서도 쓸 수 있게 되겠지. 그 발표 이후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스타벅스는 자체 앱을 통해 야금야금 금융서비스 비스무레한 기능을 도입중이니 나중에 스벅 충전금으로 투자를 하거나 스벅 주식을 살 수 있는 때가 올지도.
거기다 지난주 내놓은 방탄소년단 x스타벅스 상품은 완판에 웃돈 거래가 되고 있다니 이러다가는 또 다른 형태의 캐릭터 상품 시장도 개척할 수 있겠다. 유통망에 충성도 높은 소비자까지 있으니. 이미 캐릭터만 없을 뿐 내 주변에 스타벅스 컵이나 텀블러 하나씩은 다 들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참, 하워드 슐츠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 고려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됐나 모르겠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