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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Mar 01. 2021

코로나 시기의 교육_우리가 잃는 것

학교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공부가 아니었다

3.1절로 시작하는 3월을 맞으며, 

어렸을 땐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하고 선명하게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일에 뛰어드는 것이 그것도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두려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인가 싶고, 너무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육은 나라를 지키는 일 

과거 일제시대에도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학교를 마지막 보루처럼 지켰습니다. 일본 역시 교육을 통해 일제 식민을 키우기 위해 점령하자마자 학교과 제도를 일본식으로 바꿨습니다.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1910년 8월에 한일합방을 발표하고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11년 8월 조선교육령을 제정해 식민 교육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으니까요. 당시에도 학교는 공권력이 대놓고 핍박할 수는 없는 기관이어서 소수의 기독교학교와 사립학교에서는 민족교육을 이어갔고 일제는 꼬투리를 잡아 이들 학교를 폐교하고  관립, 국립학교로 편입시키려 했습니다. 

민족교육을 받은 학생 중심으로 만세운동에 참여한 것도,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든 것도, 한글을 비롯한 우리 문화를 지켜낸 것도 교육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핍박이 거세지자 독립운동가들은 간도, 연변 등지 조선 바깥에 학교를 만들어 한글과 역사를 가르치고 훈련시켜 독립운동가를 키워냈습니다.  


올해는 학교 갈 수 있을까? 개학이지만 1/3만 등교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가혹한 한 해였습니다. 


2020학년도 서울지역 학교의 평균 등교 수업 일수가 중학교 45일(25.4%), 고등학교 85일(48.0%)이라니 친구를 사귈 기회도 없었을 뿐 아니라 초1 중1 등은 학교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는 분의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학교가 낯설어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와중에 사립학교는 매일 등교를 했으니 사립과 공립 간 학습격차, 부모님이 원격수업을 도와주는 경우와 아닌 경우의 차이도 더욱 벌어졌습니다. 학교에 안 가니 그나마 학교에서 먹던 점심도 못 먹게 되어 결식하는 아동의 비율도 늘었고, 감지되지 못한 아동폭력도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달 WHO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어린이, 청소년은 성인 대비 코로나19 감염률이 낮고, 증상도 경미하다고 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코로나19 학교 전파 극소수로... 학교 폐쇄 아닌 등교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의 조사에서도 학교를 폐쇄한 후나 전이나  코로나 감염자 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지요.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코로나 시기 스웨덴을 제외한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는 잠시이긴 해도 초기에 도시 봉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확산 정도에 따라 생필품 매장과 약국을 제외하고는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에서 문을 닫지 않은 거의 유일한 공공기관이 있는데요, 바로 학교입니다. 

북유럽은 지난여름 이후 중학교까지는 전면 등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학습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임으로 강력하게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감염력이나 전파력이 낮은 것은 통계로 증명되었고, 학교를 폐쇄함으로 잃게 되는 교육의 가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만큼 크다는 것이지요. 


밀집도 줄이기 위해 공원, 도서관, 은행 등 다양한 곳에서 수업

덴마크의 경우 학급당 20명 정도인데 이를 다시 두 세 그룹으로 나눠서 밀집도를 떨어뜨려 수업을 진행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학교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소그룹 수업 진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 호텔, 은행, 박람회장, 도서관, 전시장 등의 공간의 협조를 얻어 다양한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학교를 멈출 수 없다는 정도로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반면 교사 노동조합에서 업무 과중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어느 정도 원격 수업을 병행하는 편인데 핀란드는 학교를 연 경우에는 반드시 등교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핀란드 정부 브리핑에서는 학교에서 감염된 사례가 1000명당 2~3명 수준이고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공동체 정신인데 이는 원격수업으로 대체할 수 없다며 가정에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를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아동학대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등교

스웨덴의 경우 정부 브리핑에서 코로나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으며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같은 기간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50% 증가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나오는 것이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매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학교에서 먹는 한 끼가 균형 잡힌 유일한 한 끼인 아이들도 있다며 코로나 이후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 최소한 한 끼 이상 학교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지난주에는 클럽하우스에 방을 만들어서 학교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친구를 사귀고 함께 놀며 또래에게서 느끼는 우정, 팀의 구성원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협업과 성공의 경험,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말과 행동의 범위를 배우는 것,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것, 비밀을 만들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법, 뛰어놀고 부딪히고 규칙에 맞춰 운동하는 신체적 경험 등 원격으로는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아이들이 잃어야 했던 것이 미래에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밤입니다.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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