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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an 28. 2021

불만의 겨울

정부부채 낮지만 가계부채와 자영업 비중이 높아 회복탄력성 낮은 한국 경제

“지금은 불만의 겨울이다”

모든 것이 불만인 겨울이다. 코로나19는 접어두고라도 수년 만에 찾아온 폭설과 강추위, 늘어나는 규제와 줄어드는 자유, 열악한 노동환경,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 40여년 전 영국이 꼭 그랬다. 그런데 현상을 보는 정부와 대중의 의견이 달랐다. 총리였던 캘러헌은 “위기? 무슨 위기?”라고 반응했고, 영국의 대표적 대중지 ‘더 선’의 사설은 “지금은 불만의 겨울이다”로 답했다.


당시 영국은 민간·공공 할 것 없이 파업이 번지고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져 나라 전체가 멈추기 직전이었다. 비상상황 선포를 대비해 군대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한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임금인상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 결정타였다. 당시 집권당이던 노동당 정부가 임금인상을 막자 전통적 지지층까지 실망해 등을 돌렸다. 보수당은 그 틈을 타서 공격에 나섰다. 마거릿 대처는 노동당이 과한 복지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영국병을 고치겠다 외쳐 집권했다. 1978~1979년 ‘불만의 겨울’을 기점으로 노동당 시대의 종말을 고하기도, 신자유주의의 시작을 선언하기도 한다.


대한민국도 불만의 겨울,

전례없이 늘어나는 빈부격차

지금 대한민국도 불만의 겨울이다. 하지만 40여년 전 영국의 겨울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나라로 보면 전 세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고, 개인으로 보아도 상황이 다 같지는 않다. 빈부격차가 늘었으니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커진 것은 분명한데 전체 산업별로 보면 되레 수출이 늘거나 활황인 분야도 있다. 어디 어디는 무급휴직한다는데 누구 누구는 주식으로 고수익을 냈다고 한다. 걷다 보면 텅텅 비어있는 식당과 가게, 휑한 유리에 붙어있는 임대 공고가 을씨년스러운데 고급차와 명품 매장은 전례 없이 붐빈다는 소식도 들린다. 명암이 공존하지만 속한 위치에 따라 “위기? 무슨 위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각자 체감하는 정도는 다를 테지만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느끼지 못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부채 비율은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가장 낮지만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비정상적인 부동산시장 탓이 크다. 집값이 다수가 지불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돈 놓고 돈 먹기일 뿐이다. 거기에 더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눈앞의 수치만 보면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허약한 데다 회복탄력성이 약한 구조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느 시점에 가계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할 것이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가 감기 한번 걸리고 나면 몸이 확 나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퍼주기 행정 안 된다”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 “경기부양 시급하다” “보편복지 기준으로 하자” “선별로 가자” 등 갖가지 의견이 부딪히다 결국은 가치투쟁으로 변한다. 답도 없고 결론도 없는 논쟁을 지켜보며 드는 질문은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이다. 경제성장? 물가안정? 지지율?


신고 세금 기준으로 지원하는 핀란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편 아이슬란드

불만의 겨울을 지나는 지금 우리의 목표는 무너지는 가계를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자영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불평등의 간극을 줄이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상시 목표다. 평상시라면 보편복지 원칙을 주장할 수 있지만 정부의 방역지침 준수로 영업손실을 입은 업종이 명확하니 이 경우에는 선별 지원도 답이 될 수 있다. 민병덕 의원 주장처럼 국세청에 신고한 매출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행정비용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인데 핀란드에서 지난해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과거 아이슬란드 대응도 참고할 만하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가 휘청였을 때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당시 미국과 호주는 적자지출로 기업을 구제하는 동시에 케인스식 경기 부양책을 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복지예산을 축소하는 긴축재정으로 대응했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어떤 이론도 따르지 않았다. 선별복지를 통해 취약계층을 집중지원하는 동시에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폈다. 10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아이슬란드는 북유럽에서도 실업률과 불평등지수가 가장 낮다.


지금까지 학자와 관료가 주창한 정책은 경제성장을 목표로 둔 것이었다. 진폭이 있지만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이 나아졌나? 파이는 커졌지만 조각의 차이도 커졌다. 이번에는 목표의 순서를 바꾸자. 복지와 성장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복지를 투자로 여기되 지금 대한민국에 효율적인 방법을 찾자. 이제 목표를 몇 퍼센트 성장이 아닌 중산층을 두껍게 만드는 데 두고 정책을 폈으면 한다.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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