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의 아이디어가 성경에서 왔다고?
아는 분의 대타로 세 시간짜리 강의를 맡게 됐다. 주제는 지속가능발전과 혁신. 예전 공부했던 자료를 헤집어가며 강의안을 만들었는데 지속가능발전의 이론적 배경 중에 무척 흥미롭게 봤던 내용이 있어서 집어넣었다.
노르웨이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æss)의 딥 이콜로지.
네스의 사상은 1987년 UN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 a.k.a 브룬트란드 보고서에 나온 지속가능발전의 정의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그 근거를 성경에 두고 있다. 참고로 브룬트란드는 전 노르웨이 수상.
지속가능발전의 공식 정의는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meeting the needs of the present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own needs."(WCED, 1987: 43)
성경에 그런 말이 나오느냐? 놀랍게도 그렇다. 창세기에. 우리가 다 아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 홍수 이후 하나님이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며 약속하는 장면, 창세기 9장이다.
9내가 내 언약을 너희와 너희 후손과 10너희와 함께한 모든 생물 곧 너희와 함께한 새와 육축과 땅의 모든 생물에게 세우리니 방주에서 나온 모든 것 곧 땅의 모든 짐승에게니라
여기서 계약의 상대는 인간만이 아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모든 생물과 미래 세대"all generations to come"까지 포함이다. 아르네 네스의 딥 이콜로지(심층생태학)는 자연을 도구로 보는 인간 중심적 관점을 지구가 마주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 진단한다. 신이 미래 세대까지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인간과 동등한 계약의 상대로 여긴 것처럼 현세대만을 위한 개발이 아닌 지구상의 생명을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스의 주장이다.
아르네 네스를 비롯한 지속가능발전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철학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많이 했는데
세계환경총회에서 각국의 정상이 각 나라의 즉 인간의 이익을 주장하지만
나머지 생태계의 이익을 누가 대변하느냐, 하는 질문과 함께
그레타 툰베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 역시 지금껏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끼워주지 않았던 미래세대를 그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문화와 가치관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사회 현상은 그 사회가 공유한 철학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