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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Oct 02. 2023

R&D에 진심인 덴마크 회사,
루이뷔통을 앞서다

유럽에서 제일 비싼 회사

주식 투자 많이들 하시지요? 그렇다면,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 즉 기업가치가 가장 큰 회사가 어디일까요?



미국이 자본 규모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나스닥순위가 거의 세계 순위인데, 

자 이제 그럼 유럽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큰 회사는 어디일까요? 

그 사이에 NOVO NORDISK가 2위로 내려가고 LVMH가 1위 탈환(23.10.01 기준)

루이뷔통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명품기업, 또는 사치재기업 LVMH의 시총이 4163.8억 달러(약 555조 원)로 2021년 2월부터 1위 자리를 지키다 지난 9월  또다시 1위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유럽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는 Novo Nordisk. 덴마크 제약회사입니다.


Novo Nordisk?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 회사가 갑자기 어떻게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을까요?

바로 이 회사가 출시한 비만치료제 때문. Wegovy이라는 이름의 치료제. 위고비는 2021년 미국에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노르웨이와 덴마크, 독일에서 판매 중인데, 주가가 급등한 것은 영국에서 위고비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모멘텀이 됐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현재가치 더하기 미래가치, 즉 해당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 약품이나 치료제는 B2b인 경우가 많아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으니 대중이 잘 모를 수 있는데,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유명인사인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한때 트위터라고 불리던 X의 새 주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체중감량에 Wegovy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고, 킴 카다시안 역시 마를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맞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공급이 수요를 대지 못할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Novo Nordisk에 대한 기대가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지요. 


원래 비만치료제를 만드는 회사였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이 Novo Nordisk는 올해로 100년이 되는 회사인데, 당뇨병과 비만, 희귀 혈액질환, 희귀 내분비질환 등 기타 중증 만성 질환치료제를 만드는 회사. 창업자는 아우구스트 크록 부부. 


August(192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 Marie Krogh 


그중 남편인 아우구스트 크로그는 19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덴마크의 동물학자이자 생리학자. 크로그 부부는 1921년 캐나다에 갔다가 인슐린에 대해 알게 되고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습니다. 부부는 덴마크로 돌아와  1923년 ‘노르디스크 인슐린연구소’를 세우고 인슐린의 상용화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당시 덴마크 내 당뇨치료제 경쟁사였던 ‘노보 테라퓨티스’와 합병해 노보 노디스크가 탄생. 


R&D의 중요성: 인슐린 연구 과정에서 비만치료제를 발견

과학자가 만든 회사이니 연구개발에 얼마나 진심이었겠나. 이 비만치료제도 당뇨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던 중에 알게 된 효과에서 시작됐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GLP-1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혈당을 억제하고 우리 뇌에 ‘아 배부르다’하는 포만감을 느끼도록 신호를 주는데, 이를 활용해 비만치료제를 개발한 것. 

노보 노르디스크는 R&D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데 지난 한 해 전체 매출의 13.6% 연구개발비용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액수로는 삼성이 가장 큰데 전체 매출 중 R&D 비중이 8.2% 정도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높은 기업을 보자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22.7%, 중국 화웨이 25%, 반도체에 필수인 미세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 15.3% 등이다. ASML의 장비는 세계 최고라 기계 한 대에 비싼 건 3천억씩 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회사다. 높은 부가가치는 기술에서 나오니 R&D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R&D 항목이 크게 줄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을 혁신의 나라라고 하는 이유로 GDP대비 높은 R&D 예산을 꼽습니다. 10년 전 국내총생산(GDP)의 3.9%였던 한국의 R&D 비중이 작년에 4.9%로 높아져 세계 최고 수준. 한편 정부의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 R&D 예산에 25조 900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올해 2022년 편성된 31조 1000억 원보다 16.6% 삭감됐습니다. 심지어 분야별 재원 배분 계획 중 예산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기초과학 관련 예산은 작게는 10%에서 크게는 40%까지 삭감될 예정이고, 정부 R&D 예산 삭감은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OMG.


한편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과학계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옮겨 갔다”라고 하며 그 원동력으로 중국의 R&D 투자가 몇 년 사이 급증한 사실을 들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첨단장비 수출통제로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목표로 R&D 투자를 더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화웨이가 중국을 고립시키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도 불구 중국산 7 나노미터급 반도체 칩이 포함된 스마트폰을 공개하자 미국도 놀랐죠. 한국이 강세를 점하고 있는 여러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조기술은 뛰어나지만 핵심 기술의 특허점유는 발전해 나가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대학의 여러 학과만 보아도 기초 학문이 축소되고 응용학과가 늘어나고 있는데 장기적 우위를 점하려면 기초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쏟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R&D 잘하면 기업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Novo Nordisk가 큰 성공을 거두자 덴마크 안에서 “노르웨이에는 석유가 있고, 스웨덴에는 산업이 있으며, 핀란드에는 원자재가 있고, 덴마크에는 제약이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현재 Novo Nordisk의 시가총액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약 4060억 달러(550조 원) 보다 큰 규모입니다. 한 나라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측정하는 GDP와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지만,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매출규모나, 법인세, 고용규모를 보자면 정말로 좀 과장하면 회사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릴 정도로 규모가 커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다고 할 일만은 아닌 것이 한 기업이 한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면 그만큼 의존도가 높아지니 위험도 커집니다. 만약 노보 노디스크에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치거나, 경쟁사가 치고 올라와 혁신이 뒤쳐지거나,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인 미국이 제품에 대해 엄격한 가격 통제를 시행한다면 (실제로 2006년 인슐린에 가격규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덴마크 경제가 휘청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 또한 덴마크는 자국 크로나와 유로의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고정환율제를 두고 있는데 Novo의 선전으로 국내에 외화가 넘쳐나게 되자 환율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는 금리를 조정하는 등 노보의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할 일이 있습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초과학에 물을 대 주어서 산업과 학계의 연구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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