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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Oct 21. 2017

계피향 아로니아잼 만들기

아로니아차로 마셔도 good! :-)

"이게 몸에 그렇게 좋다더라.

어떻게 먹는건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검색해서 뭐 좀 만들어봐."


아빠가 아침에 아로니아 1kg를 주셨다. 아빠는 가끔 혼자 장을 본다. 엄마가 안사주는 수제 막걸리를 사기 위해서다. 배추흰나비처럼 팔랑팔랑 귀의 소유자인 아빠는 시장을 지나가다 누가 이거 좋다고 하면 뭔가 하고 구경하다가 옳다쿠나하고 덥썩 사오실 때가 있다.


오늘은 아로니아 당첨! 아로니아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나도 오늘 처음 봤다. 꼭 블루베리처럼 생겼다. 대신 블루베리보다 껍질이 단단해 잘 뭉개지지 않는다. 한 알 떼먹어 봤는데 이게 뭐야. 덜 익은 감처럼 떨떠르음...이걸로 뭘 할까?


아빠가 사온 아로니아 1kg의 위엄. 꼭지 있는 채로 보관해야 신선하다고.


검색을 해보니 아로니아 잼이 있다.

하긴 북유럽에 살 때 가을이 되면 친구들이랑 아이스크림 통 하나씩 들고 숲에 가서 블루베리를 가득 따오곤 했다. 머핀도 해먹고 잼도 해놓고 냉동실에 얼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그 때 생각이 나서 잼을 해보기로 했다.

악기를 다루다보면 처음엔 악보대로만 치지만 익숙해 지면 마음대로 변주를 하게 된다. 요리도 그렇다. 몇 번 하다보면 레서피를 바탕으로 이래저래 이걸 줄이고 저걸 좀 넣어보고 하면서 자신의 레서피를 만들 수 있다.


약간 떫은 맛이 있으니 차로도 먹을 수 있게 아로니아잼 겸 아로니아차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로니아를 잘 아는 분께 물으니 얼렸다 녹였다를 몇 번 반복 하면 떫은 맛이 없어진데요!)


떫은 맛에는 신맛을 약간 가미하면 떫은 맛이 줄고 다른 맛이 산다고 한다. 설탕을 1:1비율로 안 넣는 대신, 집에서 담근 1년 묵은 꿀유자청을 넣어 떫은 맛을 잡아보기로 했다. 계피같은 향신료도 좀 넣으면 뱅쇼 비슷한 향이 날 듯.


뱅쇼를 좋아해서 겨울 마다 끓이는데 집안 그득히 계피와 향신료, 와인 향이 베이면 어찌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로니아 잼을 만들려고 불에 올려 놓았는데 보글보글 끓는 소리, 향긋한 냄새가 집안을 채우는 걸 느끼며 블로깅을 하는데 어찌나 행복한지. 오늘은 북유럽식 토요일이 되었다.


재료

아로니아 1kg
설탕 800g
유자청 500g
계피 2조각
정향 12알
설탕에 버무린 아로니아와 갖은 재료. 솔잎 같은 건 아로니아 가지 :)


(엄마가) 깨끗이 씻어 둔 아로니아를 줄기에서 똑똑 따 잼을 만들 두껍고 큰 솥에 담았다.

중간 중간 설탕을 부어 솥을 톡톡 치면 아로니아 알알이 설탕 옷을 입는다.

유자청과 향신료 넣고 중불에 올려 간간이 저어가며 끓이기만 하면 완성.


잼으로 먹어도 좋고

머그에 한 숟가락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셔도 좋다.

이 향이 뭐지, 할 정도의 미묘한 계피와 카다멈의 향미가 신의 한수다. 겨울차로 딱 좋다.

아로니아 차와 함께 크루아상 하나 더!


뭐야, 아직 토요일 11시인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한거야?

아침에 일어나 팩도 하고,

커피 내려 크루아상(너무 좋아)이랑 브런치도 먹고,

잼 만들고,

갓 만든 잼으로 빵에 발라 한 조각 먹고,

----까지가 현재

책 좀 보다가,

해가 좀 내려가면 둘레길 산책 두 시간 하고,

밥 먹고,

글 쓰고,

저녁엔 엄마랑 마트 가야지.


결혼 안하고 이렇게 사는 거

친척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실지 모르지만

참 평안하고 행복하다.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독립된 개인 둘이 만났을 때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이제 짝만 찾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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