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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Oct 30. 2017

은행은 구조조정중:북유럽 최대은행 노르디아 6천명 감원

금융사의 구조 조정 시작 되나? 3조원 영업이익 내고도 6천명 해고

"3분기 동안 24억 유로(3.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서도 대량 해고를 감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처사입니다."


덴마크 금융 서비스 노동조합의 대표가 말했다.


스웨덴의 4대 은행 중 하나인 노르디아Nordea는 북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행이다. 지난 10월26일 노르디아의 최고경영자인 카스퍼 본 코스큘Casper von Koskull은  6,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2,000명이 컨설턴트다. 은행 창구 직원을 비롯한 은행 업무 전반에서 나머지 4,000명의 인원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3분기 말 현재 노르디아의 직원수는 컨설턴트를 제외하고 31,500명이다. 여덟 명 중 한 명씩 짐을 싸야 한다는 소리다.


노르디아는 대량 해고 이유로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수익의 부진(이라고는 해도 흑자다)과 대출 감소로 인한 이익률 하락을 들었다. 효율성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아직 상당한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서비스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인원 감축 동반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비단 노르디아 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서 이와 비슷한 구조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당 수익이 계속 하락 중. 2017년3분기 인당 수익 1.4억원


노르디아는 고객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챗봇을 통해 고객의 문의에 답하고, 투자와 예금에 대한 자문도 시스템 분석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 전환할 계획이다. 2017년 12월 서비스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본사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옮긴다. 스웨덴 정부에 매년 세금으로 내는 10억 유로(1.3조)의 규제수수료를 피하기 위해서다. 핀란드는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본사를 헬싱키로 옮기면 EU의 금융 규제를 받게 된다. 노르디아 측은 유럽 기업 고객의 유치도 염두한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 내의 고객과 투자자의 불만이 거세다. 자금을 회수해 타 은행으로 옮기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노르디아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수치로 그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2008년과 2012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으나 고객의 이탈은 우려했던만큼 발생하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의 금융 산업이 계속 관성의 법칙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참 신기하다. 

몇년 전부터 은행마다 앱을 만들고 챗봇으로 상담을 한다. 간단한 이체 등은 온라인으로 일을 처리하게 하는 등 디지털 서비스 전환 과정 중이다. 하지만 신입을 뽑는 방식은 전과 다르지 않는다. 계속 똑같은 사람을 뽑는다. 내부 인력을 닦달해 디지털 전환 작업 중이거나 외주를 줘서 운영 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화는 비전문가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장기적 설계 없이 트랜드만 좇게된다.


금융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은행에 접속할 필요없이 휴대전화로 이체하는 토스 같은 서비스가 일상이 되고, 카카오뱅크나 토스 카드, 온라인 전용 투자사처럼 지점 없이 운영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라면 굳이 비싼 수수료에 영업시간에만 운영하는 창구를 찾아가며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기존 은행은 고비용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래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는 걸까?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 모델이나 스웨덴 노르웨이의 구조조정 사례를 보면 자체 노조를 보유한 대한민국 대기업만큼 안정적인 직장도 드물다. 북유럽식 노사관계는 기업이 잘되야 우리도 잘된다는 동반자관계, 한국식 노사관계는 너 때문에 될일도 안된다는 적대관계라는 느낌을 받았다.


노르디아 CEO는 구조조정을 동반한 디지털 전환은 노르디아 뿐 아니라 금융계에 있는 모든 은행에 번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6,000명의 인원 감축이 어떤 일정으로 이뤄질지,

갑작스레 발생하는 고소득의 실업급여 대상자의 이직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지,

과거 볼보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

요것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참고기사

https://www.ft.com/content/fa627912-ba50-11e7-8c12-5661783e5589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7-10-26/nordea-to-cut-at-least-6-000-jobs-in-fight-to-stay-competitive


북유럽연구소 소장 a.k.a. 북극여우 입니다.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에서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뜻을 품고 유학길에 올라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공했습니다. 만학도로 없는 기력을 발휘해 재학 중 웁살라 대학교 대표로 세계 학생환경총회에 참가했으며 웁살라 지속 가능 발전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스웨덴에 있는 동안 모 일간지 북유럽 통신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북유럽 관련 연구와 기고,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북유럽, 지속 가능성, 양극화, 사회 통합, 복지국가, 자살, 예술, 철학 etc. 저서로는『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지도자들』,『라곰』(번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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