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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Feb 08. 2018

고은과 안태근:사과와 도덕성

오래된 일이고 의도는 없었지만 그런일이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

피해자가 한국사회에서 
본인이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므로 겪게될 상황을 감당하면서까지 공개를 했다면 그것은 일정부분 사실일 뿐더러 동료와 후배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용기를 낸 경우가 많다.

고은 시인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 했고,

안태근 전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사과에 왜 가정법이 들어가는 거지?
'만약'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이고 아니면 아니다?
그런 일이 기억에는 없는데 '만약' 있었다면 사과 드린다?
의도도 없고 기억에도 없는데 왜 사과를 하지? 

이것은 대중을 향한 유감의 제스쳐일 뿐 사과가 아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이름만 들어도, 지나가다 비슷한 사람만 봐도 심장이 덜컹하는데.

그럼에도 고민이 되는 지점은 능력이 뛰어나면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도 괜찮은가 이다.

상당히 많은 경우 능력이 뛰어난 것은 발탁의 이유가 되지만 
도덕성이 뛰어난 것이 발탁의 이유가 되는 경우는 드물며
도덕성이 부족한 것이 그만큼의 결격사유가 되지도 않는다.


스웨덴 사민당의 최연소 부총리였던 모나 살린은 법인카드로 초코렛을 산 것이 드러나 사퇴했고, 한 변호사는 승소 선물로 100달러 상당의 공연 티켓을 받았다가 자격이 정지됐다.

내가 경험한 한국과 북유럽의 차이 중 하나인데,
도덕성과 재능을 절대 가치로 보자면 우리는 무엇이 우위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 걸까? 또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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