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시선 by TJi
제목 배경 사진은 2018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집 근처 바닷가에서 무지개에 홀려 무지개를 따라 꽁꽁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걸어가며 찍은 사진이다. 나무가 보이는 곳은 섬이다. 손에 닿을 듯하던 무지개는 결국 쫒아가면 한 걸음 도망가서 잡지 못했고 날이 밝아지면서 무지개는 꿈처럼 사라졌다.
The International English Speakers' Association of Finland (IESAF)의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 누군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핀란드의 좋은 점을 나열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물었다. 멤버의 대부분이 핀란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몸소 체험한 핀란드의 장점이 댓글로 나열되었다. 외국인들이 주로 수도인 헬싱키에 거주하기 때문에 헬싱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들이 상당히 많았다. 핀란드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분들을 위해 TJi가 정리해봤다.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의 자연이 주는 쉼을 한 껏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 호수, 강, 연못, 바다 등 물의 잔잔함과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 큰 엉덩이 같은 큰 바위를 오르는 쾌감, 그리고 숨 쉴 때마다 천국을 느끼게 하는 깨끗한 공기 등 집 가까이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이 행복을 준다. 드넓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도 언급되었다. 어떤 이는 여름에 호수에서 수영할 때 운 좋게 대자연을 홀로 즐기는 순간의 가슴이 벅차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난히 더워 TJi에게는 버거웠던 지난여름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겨울과 관련된 요소가 꽤 언급됐다. 오로라, 건조한 겨울, 눈 많고 해 뜬 겨울날, 문 앞에서부터 탈 수 있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특히 미끄럼 방지 자갈 깔기 전에 길 따라 타는 스키는 환상이라고 했다. 어둡고 긴 겨울을 빈정대는 영원한 어둠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름 호수 수영과 지난여름을 제외하고는 찬란한 핀란드의 여름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여름에 똑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건조한 겨울이 좋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지만, 핀란드 겨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캐나다에서 이주한 사람은 온타리오보다 온도상 더 추울 수 있으나, 건조해서 오히려 더 지낼만하다고 했다. 예전에 파리 유학 중이던 TJi의 친구가 산타를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때 아들과 함께 핀란드로 여행을 왔을 때 파리의 겨울보다 상쾌하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핀란드에 있는 동안 영하 25~27도의 추위를 경험했다. 핀란드는 날씨에 맞게 옷을 여러 겹 겹쳐서 적당히 입으면 건조한 기후로 인해 추위가 몸으로 파고드는 일이 없다. 그 친구가 파리는 겨울에 습한 추위로 체감상 더 춥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한 어딜 가나 핀란드는 실내 난방이 잘 유지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매우 짧다.
밤에도, 여성에게도,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으로 아이들 스스로 놀고 등교하는 환경, 아이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사회에 대한 칭찬이 있었다. 혼자 길을 가는 아이를 보고 아동복지센터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누군가에는 행복으로 다가갔다. 위험한 범죄(운전 중 총격, 암살, 무장강도, 보상금을 노린 유괴, 조직폭력배 관련 폭력)가 없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답을 한 사람은 어디 출신일까?
가족을 우선시하는 사회 환경 덕에 요리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이 좋다고 한 사람도 있다. 본인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외국인 배우자를 데려오는 것이 기준을 충족시키면 어렵지 않다는 점과 이혼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꼽은 사람도 있었다. 두 과정 다 불필요한 요구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흠 이분은 글쎄... 이혼이 쉬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초혼의 반이 이혼에 이른다 하니 핀란드에서는 이혼이 흔한 일이다.[1]
주거 공간과 사생활, 구체적으로는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 그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풍조, 타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최대한 수용하려는 자세, 잘 차려입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적은 점 등이 언급되었다. 개인의 존중 측면의 연장선상으로 직장에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이 좋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적은 인구로 인해 충분한 공간이 제공하는 평화로움과 조용함을 즐기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는 듯하였다. 이 밖에도 사생활 보호, 저렴한 폭넓은 취미생활 기회, 서두르지 않는 태도, 일과 여가시간의 균형, 상대적은 높은 임금 등이 눈에 띄었다.
특이한 댓글로는 약국의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가 언급되기도 했다. 댓글을 쓴 사람은 15분이나 30분 뒤에 오라는 말에 익숙한데 반해 바로 처방약을 내주는 핀란드의 약국이 좋다고 했다. 어느 나라가 그렇게 느린 것일까? 일반적인 진통제와 알레르기약이 일반 가게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던가, 24시간 운영하는 약국이 더 많길 바란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부패하지 않은 정부가 제공하는 질 좋은 사회기반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능적인 도시 디자인, 복지, 교육, 깨끗함, 대중교통, 효율적인 눈 치우기, 공공기관에서의 영어 사용, 맛있는 수돗물 등이 언급되었다. 핀란드에서 생수를 사 마시는 사람은 핀란드 수돗물 사정을 모르는 여행객뿐이다. 개인적인 기호로 탄산수를 사 마시는 경우는 있어도 핀란드 수돗물 사정을 아는 사람들 중 생수를 사 마시는 사람은 없다.
영하 20도에서도 시간표대로 운영되는 대중교통에 대한 신뢰감은 상당했다. 대중교통의 청결함에 대한 칭찬도 있었는데, 대중교통뿐 아니라 나라 전반에 걸쳐 깨끗함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공중 화장실이 청결하다는 언급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중 화장실은 개인적으로 꺼리기 때문이다. 외국인이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신경 쓰였는지, 헬싱키 시내에서 공항이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편히 갈 수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적정한 가격의 믿을 수 있는 어린이집 이야기도 언급되었는데, 어린이집 보육비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고 부모 소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무료일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양육과 관련하여 육아 휴직, 사려 깊은 엄마 상자, 깨끗한 기저귀 갈이 공간들, 사랑스러운 놀이터,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긴 아빠 휴가 등이 언급되었다.
어느 유학생은 잘 설계된 공부 프로그램, 학교와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 특히, 형식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관심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공용어가 영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문서가 영어로 제공되거나, 영어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또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배려도 언급되었다.
눈이 한창 쌓여있는 겨울이라 놀라운 눈 치우기 실력에 대한 언급이 꽤 있었다. 핀란드의 눈 치우기 실력은 뛰어나다. 일례로 수년 전, 폭설로 유럽의 많은 공항이 마비되었던 적이 있는데, 헬싱키 공항은 문제없이 가동되었다. 당시 런던 히드로 공항은 수일간 공항이 마비되어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런던 사는 지인은 한국을 가기 위해 중북부 잉글랜드 항구로 가서 암스테르담까지 배를 타고 와서 암스테르담에서 헬싱키를 거쳐 가는 기나긴 여정을 거치기도 했다.
윗 단락으로 자랑스럽게 핀란드의 눈 치우기 칭찬을 마쳤으면 좋았으련만, 실상은 올해 1월 말에 눈이 꾸준히 내려서 핀란드조차도 곤욕을 치렀다. 기차 운행의 차질도 있었고, 제 때 치우지 못한 눈 덕에 주차하던 자동차가 눈에 빠져서 트램을 막아서서 시간표대로 운행되는 대중교통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덕분에 TJi는 생각보다도 인기가 과했던 특강에 원하던 시간 (강의 시작 30분 전)보다 늦게 도착해서 자리가 꽉 차는 바람에 강의를 듣지 못했다.
캐나다와 미국과 비교하여 인터넷 서비스 비용이 저렴하고 속도가 빠르다는 평이 있었다. TV는 물론이고 버스와 지하철에서도 광고가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TV의 경우 공영방송인 YLE는 규정에 의해 광고가 없으며, 광고가 허용되는 상업채널도 광고가 적다고 했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가 꽤 강하다는 특이 의견도 보였으며, 자정 뒤에 일반 TV 채널에서 나오는 공짜 포르노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포르노 언급한 사람은 인터넷을 모른다며 다른 회원의 인터넷 교육이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많았다. 솔직함, 정직함, 침묵, 검소함, 친절함, 간섭하지 않음 등이 언급되었다. 핀란드에서는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보통 그대로 두거나 눈에 띄는 곳에 올려둔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내용물 그대로 지갑을 찾을 확률이 매우 크다. 물론 예외는 늘 존재한다. 예의상 긍정적인 표현보다는 솔직히 싫은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사람을 사귀는데 시간 낭비가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고 침묵이 허용되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말이 적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의 내향성에 대한 농담도 있었다. 내향적인 핀란드인과 외향적인 핀란드인을 구분하는 법은 외향적인 핀란드인은 상대방의 신발을 본다였다.
중고 옷도 질이 뛰어나다며 부자 핀란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이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이 부자라서 물건을 얼마 쓰지 않고 버린다기보다는 대체로 제품들의 질이 일정 수준 이상이기에 중고물품들의 질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것이 아닐까 한다.
핀란드 하면 빠질 수 없는 사우나는 당연히 여러 번 언급되었는데, 80도의 싸우나에서 바로 영하 22도의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눈밭에서 뒹굴 수 있는 극과 극 체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듯했다. TJi는 차가운 공기를 즐기는 것은 좋은데, 눈밭이나 호수 수영(5월 초에 했지만 물은 상당히 차가웠다.)은 좀 별로다. 겨울 수영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데, 겨울 수영에 중독된 사람들도 꽤 있다. 겨울 얼음물 수영은 일부 건강상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혈액 순환에 좋아 건강에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 (Nordic) 나라들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모든 사람의 권리 (jokamiehenoikeus)가 언급되었다. 이 권리는 사유지인 숲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 (여름 별장)만 아니면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야영할 수 있으며, 베리류와 버섯을 채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여름 별장 (mökki)에서의 시간도 언급되었다.
새벽 4시까지 가라오케 즐기며 마시는 수많은 샷들, 저렴한 피자 가게, 넘쳐나는 합창단 등 노래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선상에서 춤도 언급되었다.
핀란드 음식은 대체로 짜고 단순해서 별로다라는 평을 하게 되는데 핀란드의 좋은 점에 음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라웠다. 그러나 나열된 몇몇 음식에 대해서는 TJi도 동의할 수 있었다. 연어 수프, 핀란드 팬케이크 (pannukakku), 베리류 (블루베리, 딸기, 링곤베리, 클라우드베리), 맘미 (Mämmi), 라쓰끼아이쓰 뿔라 (laskiaispulla), 루네베르긴 또릇뚜 (Runebergin torttu), 호밀빵, 다양한 유제품 등이 나열되었다. 일반적으로 미국보다 음식의 질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식과 안전에 대한 높은 기준이 언급되기도 했으며, 토마토 맛이 나라 전역에서 같은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게 과연 장점일까 의구심이 든다.
버터에 양파를 살짝 볶고, 감자를 넣어 거의 다 익어갈 무렵, 연어와 우유를 넣고 끓여낸 연어 수프는 크림치즈로 풍미를 더하기도 하며, 연어의 영원한 단짝 허브 딜로 마무리를 하는데,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음식이다. '마법'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당당히 리스트에 올랐다. 핀란드 팬케이크 (pannukakku)은 오븐에 구운 두툼한 팬케이크로 기호에 따라 잼이나 크림을 곁들인다. 크레페와 같이 얇은 팬케이크는 letut라 불린다. 루네베르긴 또릇뚜는 핀란드 국민 시인, 요한 루드비그 루네베리 (Johan Ludvig Runeberg)가 생전 아침으로 즐기던 음식으로 1월부터 그의 생일인 2월 5일까지 눈에 띄는 계절 음식이다. 그의 시가 핀란드어로 번역되어 현재 핀란드의 국가로 사용되고 있다. 음식에 대한 소개는 끝이 없을 수 있기에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정리해야 할 듯하다.
1. https://www.stat.fi/til/ssaaty/2016/ssaaty_2016_2017-04-20_tie_001_e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