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또 이래... 대체 봄은 언제 오냐고? by TJi
제목 배경 사진: 2019년 2월 28일에 찍은 사진인데, 봄이 올 듯 말 듯 한 요즘 핀란드 풍경하고 큰 차이가 없다. 신호등은 왜 삐뚤어져 있을까? 누군가 빙판길 운전미숙으로 들이받았을까? 제설차가 눈 치운다고 눈 밀다가 신호동도 같이 밀어버린 걸까?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된 3월 20일의 진눈깨비 내리는 날씨에 대한 TJi의 마음을 비뚤어진 신호등이 대변해주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뉴스보다는 봄소식이 더 반가울 것 같다.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의 '세계행복보고서 2019'가 3월 20일에 발표되었다. 3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 (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이다. 핀란드가 작년에 이어 10점 만점에 7.769를 기록하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제일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결과에 대해 일부는 긍정했지만, 대체로 빈정대는 태도를 보였으며, 작년보다는 덤덤한 반응이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보고서의 결과를 순수히 받아들이지 못할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과 세계행복보고서가 의미하는 행복이 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보고서는 갤럽월드폴 (Gallup World Poll)의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데, 조사는 행복보고서의 평가기준인 여섯 가지 핵심 설명 요인을 바탕으로 설문 응답자에게 가장 좋은 삶이 10, 가장 나쁜 삶이 0일 때 현재의 삶이 어느 정도인가를 묻는다. 이를 바탕으로 행복지수가 도출된다. 세계행복보고서의 평가기준은 소득, 기대수명, 관용, 사회적 지원, 자유, 부패 정도이다.
Howstuffworks의 작년 글에 따르면 행복을 측정하는 데는 두 가지 전혀 다른 방법이 있다. 전반적인 삶에 대한 평가와 일상생활의 감정적인 경험에 대한 평가로 전자는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사는지를 후자는 사람들의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평가한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전반적인 삶에 대한 평가를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갤럽의 세계감정보고서 (Global Emotions Report)는 응답자의 어제에 대해 물으며, 미소, 웃음, 존중, 즐거움, 걱정, 슬픔, 분노 등과 같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한다.
갤럽의 2018년 세계감정보고서 (Gallup 2018 Global Emotions Report)의 긍정경험지수 (Positive Experience Index)에 따르면 대체로 중남미 국가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85점을 받은 파라과이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63) 이어, 82점을 받은 콜롬비아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43), 엘살바도르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35), 과테말라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27), 81점을 받은 캐나다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9), 코스타리카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12), 에콰도르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50), 온두라스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59), 아이슬란드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4), 인도네시아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92), 파나마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31), 우즈베키스탄 (세계행복보고서 순위: 41) 등이 가장 긍정적인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기준에 따라 행복한 나라로 북유럽 국가가 상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중남미 국가가 상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어떤 기준에서도 한국은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이 최악의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가 구성원에게 보장하는 행복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 UN 보고서보다는 긍정경험을 다룬 세계감정보고서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를 더 잘 포함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세계행복보고서의 기준을 쫓아 국민에게 행복의 가능성을 보장하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세계행복보고서 뉴스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다. 핀란드가 다시 또 제일 행복한 나라라고? 농담이지? 가짜 뉴스지? 가장 따분한 나라 목록인 거 아냐? 2년 연속이나! 도대체 왜? 만우절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상위에 있는 나라들은 우울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등의 뉴스 자체를 부정하는 반응이 꽤 보였다. 도대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하냐는 질문도 있었다. 그냥 결과를 믿고 너무 자세히 알려하지 말라며, 알게 되면 불행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터뷰 응답자와 보고서 작성자에 대한 의문 제기도 눈에 띄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 (핀란드 내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은 응답자에서 제외된 거냐부터 슬픈 사람들은 이미 자살해서 없다는 다소 잔인한 의견도 있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 없는 잘 살고 있는 사람들만 조사를 한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조사에 응한 사람은 똥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예상도 있었다. 보고서 작성자가 핀란드에 와서 직접 반년은 살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그 반년이 여름을 끼고 있다면 정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하지만 다른 반응으로는 보고서 작성자가 핀란드 사람이거나 배우자가 핀란드 사람이 아니냐는 의견과 핀란드 관광청에서 뒷돈을 챙겨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반응이 있었다. 보고서 작성자가 우울증과 관련된 사회 문제나 약과 술의 의존도를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이렇듯 연구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태도가 흥미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울증, 자살률, 웃음기 없는 얼굴,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얼굴, 해가 뜨지 않는 날씨 등을 언급하며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따지기도 하였다. 핀란드는 너무 어두워서 행복할 수 없다며, 핀란드 사람들이 햇볕 쨍쨍한 스페인 해변을 동경하고, 외국의 큰 도시에서 사는 걸 꿈꾼다는 점을 언급한 사람이 있었다. 또 다른 이는 해변에서 여유를 부리는 꿈에 대해 사실 직접 해보면 금방 따분해진다며 모두가 유토피아에 산다면 모두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날씨가 이런데도 행복하다고 대답했냐면서 수돗물에 술이라도 탔냐며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술과 관련하여 핀란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행복해진다는 주장도 있었다. 술에 취하면 이웃에게 친근해진다면서 술에 취해 이웃에게 20년 만에 첨으로 안부를 물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맥주랑 소시지 덕에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술 때문이라며 더 마시자는 사람도 있었다.
높은 자살률 (2019년 나라별 자살률 핀란드 23위, 한국 4위)과 행복한 나라는 모순이라는 의견을 시작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빈정거림에, 심지어 핀란드에서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의 자살률보다 세배 높다는 통계까지 언급되었다. 좋은 교육제도에도 불구하고 청년 자살률 (2015년 Eurostat 통계에 따르면 핀란드 15~24세 청년 자살 사망률 유럽 내 6위)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자살률이 적은 나라가 행복하다면 2019년 통계 기준으로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가 제일 행복해야 하다며 자살률과 행복은 관계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가기준을 상기시키며 행복에 대한 감정이 아닌 좋은 삶을 위한 여건을 평가한 보고서라는 평에, 감정을 측정하긴 어렵겠다고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정신건강과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같은 감정을 측정하면 핀란드 사람들이 어떠한 결과를 받을지를 궁금해하기도 했다. 평가기준을 언급하며 불평할 게 없으면 행복한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언어마다 행복의 의미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미론적으로 동일한 행복을 측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행복보다는 만족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핀란드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가라는 급진적인 주장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세 번째로 행복하다는 나라로 이미 이사 갔다며,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답변이 있었다. 어떤 이는 파제르 밀크 초콜릿 때문에 이사를 못 간다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초콜릿을 보내주면 이사를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재치 있는 의견도 있었다. 파제르 밀크 초콜릿에 영감을 받은 듯한 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까렐이안 파이, 파제르 초콜릿, 판다 초콜릿, 까루후 맥주, 쌀미앾끼 맛 보드카, 핀란드 헤비메탈 그룹)을 나열하기도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다는 의견과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핀란드는 대체로 살기 좋은 곳이지만, 보고서의 목록 때문에 이 나라가 유토피아라는 착각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었다. 복지국가는 국가가 잘한다는 거지 개인이 잘한다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핀란드 시스템이 이론 상은 좋지만 실제로는 슬프게도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불평할 때가 행복해서 불평한다는 반응도 있었고 인터넷에 불평하는 사람들만 불행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결과에 만족하는 의견도 간혹 눈에 띄었다.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삶에 가장 가까운 삶을 핀란드에서 영위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자랑하는 게 타부라서 결과를 부정하는 반응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밖에도 핀란드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질문에 행복하지 않다는 걸 말하지 않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주장도 있었으며, 핀란드 사회의 차별을 언급하며 결과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 내버려두는 행복한 나라라는 비꼼도 있었다.
3월 20일, 공영방송 Yle의 뉴스 웹사이트, 오늘의 주요 뉴스를 모아 요약한 뉴스 페이지의 핀란드스러운 블랙 유머 풀풀 풍기는 뉴스 제목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2년 연속 1위라는 사실보다 사람들을 더 웃게 하였다. 누가 제목을 뽑았을까? 의도적이었을까? 해당 웹 페이지의 첫 번째 이미지 또한 제목과 잘 어우러져 현재의 핀란드의 행복 이미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Herätys: Suomi on edelleen onnellisin maa, Kouvolassa paljon amfetamiinia, luvassa lunta ja räntää
일어나: 핀란드는 아직도 행복한 나라, 꾸오볼라 (헬싱키에서 북동쪽으로 134 km 떨어진 도시)의 많은 암페타민, 눈과 진눈깨비 일기예보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핀란드가 선정된 뉴스를 가장 좋아할 주체는 핀란드관광청이 아닐까? 현재, 핀란드관광청은 올여름 6~8월에 진행할 핀란드인 빌려줄게! (Rent a Finn!) 행사 지원을 4월 14일까지 받고 있다. Rent a Finn! 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행복을 찾는 핀란드인의 휴식 방법을 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관광청은 올초에 핀란드 전역에서 특별하게 자연을 즐기는 핀란드인을 모집했으며, 그중 8팀의 행복 가이드를 선발했다.
캠페인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최대 3분짜리 지원 동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핀란드인을 빌리는 행운을 얻게 된다면, 행복 가이드가 제공하는 일정에 따라 핀란드를 무료로 여행할 수 있으며, 원한다면 가이드 여행 후 자비로 추가적인 핀란드 여행을 이어갈 수도 있다. 행복 가이드와 함께 한 시간은 영상으로 기록되며, 핀란드관광청의 홍보자료로 사용됨으로, 이 조건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 신청하기를 권한다. 또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