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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딕 다이어리 Sep 08. 2022

여름의 별미, 숲 속 야생베리와 꾀꼬리버섯 - 핀란드



여름의 별미, 숲 속 야생베리와 꾀꼬리버섯 , 핀란드 




이른 아침, 둘이서 침대에서 몸을 이리로 저리로 움직이다 못내 눈을 뜬다. 늦게 잠자리에 든 가족들이 잠들어 조용한 사이 둘이서 호숫가로 수영을 간다.

의자에 옷을 걸쳐두고 몸을 담그는데 밤 사이 공기가 서늘했는지 몸에 닿는 물이 차다. 고요한 물결 속 오로지 우리의 움직임만이 만들어내는 모양. 가볍게 몸을 씻어내고 수건으로 물기만 말린 채 집으로 향했다. 

 




















정원 한 가운데 구스베리가 가득 열려있다. 자주빛 구스베리를입에넣자 풍선껌처럼 달큼하면서도 상큼한향이 입안가득 퍼진다. 집안에 들어서자 어느새 일어나 바지런히 아침준비를 하는 뒷모습이 보인다. 통곡물빵과 버터, 몇가지치즈와 베리스프. 가볍게 커피와 아침을 들고 나갈 채비를 한다.  



날이 좋아 오전에 섬에 다녀오려고 배에 모터를 켜는데 저만치서 마야가 걸어온다. 전 날 따온 꾀꼬리버섯을 넣어 만든 스프와 라이브레드를 싸서 품에 안겨준다. 























고요한 호숫가를 넘어 도착한 작은 섬. 

사람이 살지않아 고요한 이곳엔 오로지 새소리와 바람이 스쳐가는 소리, 사그락 사그락 나뭇잎 소리 뿐이다. 

숲을 지나 걷는 길 곳곳엔 자그마한 야생블루베리가 가득 열려있다. 한줌 크게쥐어 입을 넣자 은은한 단맛이 입에 퍼진다. 어느새 손이 붉게 물들어간다. 핀란드는 야생 베리와 버섯이 철이면 곳곳에 피어나는데 모든사람이 자유롭게 채취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걸어 들어가 등이 완만한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크고작은 소나무들과 부드러운 이끼가 바위를 온통 덮었다. 폭신한 이끼 위로 보자기를 펼쳐두고 가져온 차도구를 꺼내본다. 차호에 반차 찻잎을 담아 뜨거운 물을 붓자 찻잎이 부드럽게 펼쳐지면서 짙은 수색을 드러낸다. 눈을감고 들리는 소리와 촉감, 이 모든 순간을 기억해본다.




가져온 따뜻한 스프에 라이브레드를 푹 담궈 부드럽게 적신다. 숲의 짙은 풀냄새와 꾀꼬리버섯의 살구향이 고스란히 코와 입으로 들어온다. 얼마만일까 음식의 향이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진 게. 안 본사이 송충이 한마리가 다가와 슬쩍 다리를 물고간다.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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