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레스벗그리너'가 발행하는 <그린레터>에 실린 원고
본 글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생활습관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레스벗그리너'로부터 청탁받아 쓴 에세이입니다. 전문은 공식 홈페이지 및 뉴스레터 <그린레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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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게 옷을 입고 싶다. 오래 남아 한 사람의 체형과 체취를 기억하도록 옷에게 역할을 준다고 생각해볼까. '여름이면 파란 에스닉 치마를 즐겨 입었다.', '베스트의 오염된 부분을 브로치로 덮어 입었다.' 같은 문장의 주인이 되어보는 것도 좋은 일일 거다. 빈티지를 사랑하는 취향이 단번에 바뀌진 않을 테니, 남의 것이었던 걸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테다. 물건 하나하나와 서사를 쌓으면 짐 무더기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을까. 나를 위해 형성된 공고한 생활공동체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스스로 정한 삶의 정량, 내 삶의 역학을 인지하며 살고 싶다. 냉장고 속 시들한 야채로 카레 한 솥을 끓여냈을 때처럼 살뜰한 감각을 기억할 것이다. 고대 때부터 성인들이 중용의 미를 강조한 이유가 있겠지. 초과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내가, 계속 사면서도 부족해하는 나보다 내 삶의 주인다움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