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power 70%

남편과 웃으며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렇다

by aqua planet

대기업 채용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남편과 인사 이슈 관련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친한 친구가 이직할 때, 우리 회사의 인사 관련 고민이 있을 때, 남편에게 가끔 사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다.


그 김에 얻은 지나가는 말이었다.


여자는 원래 0.7로 생각하고 뽑으니까


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또 같은 반응을 얻었다. '누가 내가 그렇다 그랬냐. 남들이 그렇게 말을 한다고. 그게 현실이라고.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 넌 또 남의 편이냐'의 반응.


"여성인력은 보통의 0.7로 간주된다"가 진실인지, 보편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것을 묻고 싶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아니 내가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은 "1이 어느 정도인지 누가 정해주더냐"였다. 그것을 물어본 적이 있느냐고, 혹시 너의 생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부장님이 말해준, 다들 그렇게 한다는, 스웨덴에서 그러한다는, 남들이 현실이라고 하는 일의 양 말고. 당신이 생각하는 "노동"이라는 존엄한 인간의 기본 책임이자 권리의 적당한 양은 어느 정도냐고 묻고 싶었다.


있다고 하면 이렇게 따지고 싶었다. 적당한 수준의 양이 있다면, 그것보다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최소한만 하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지고 싶었다. 가령, 당신이 1.4를 하는 문화에 순응하여 살아왔다고 하여, 1을 하고 당당해하는 다른 누군가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냐고 묻고도 싶었다. 혹시 그 비난도, 당신의 생각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비난하더라"를 나에게 그저 전해주는 것이냐고.


없다고 하면 이렇게 따지고 싶었다. 무엇이 적당한 수준의 양인 지도 모르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0.7이라는 말이냐고. 0.7의 근거가 뭐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 숫자는 일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성과를 말하는 것인지, 둘을 조합했다면 어떤 근거로 산출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인자롭게 웃으면서 0.7이라는 숫자에 내가 왜 예민했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아라비아 숫자가 포함된 정보를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더 '신뢰할만하다'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찬성하는 사람이 반 이상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찬성하는 사람이 50% 이상이다'라는 문장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달까? 그러니 나는, 특정 집단을 매도할 수 있는 이 예민한 문제에 근거 없이 위험한 숫자를 붙이며 나름 신뢰할만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조심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다, 그냥 그런 꼰대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고 말하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위로의 두 가지 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