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06.11 Tue
6월의 3분의 1이 지나서야 쓰는 5월 도시락 결산이다. 5월에는 성실하게 글을 쓰지 못했다. 마지막 글 「무겁게 살지 말자」를 쓴 이후 18일이 지났고 5월 중순에는 연재를 한 주 쉬기도 했다. 혹시라도 'Lunch Box Diary' 글을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없을 것 같지만) 사과의 말을 전해야 할 것 같다.
5월 초에 「혼자 사는 사람이 무기력할 때」라는 글을 썼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도 잔잔한 무기력에 침체되어 있다. 5월에는 자존심에 상처가 되는 실망스러운 일을 겪기도 하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세찬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추스리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정신적으로 연약할 때에는 실수로 깨뜨린 거울에도 눈물이 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정신적으로 연약할 때는 별거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스스로 스트레스 지수를 판단할 때 사소한 일을 사소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게 되었다. 실수로 거울을 깨뜨리거나 그릇을 깨뜨리거나 음식물을 쏟거나 하는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마주했을 때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어 진다면 '아, 내가 지금 스트레스가 많구나. 심적인 여유가 없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5월의 나는 심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5월에도 수영과 테니스를 했고 책도 2권 읽었다(「혼종의 나라」, 「인간의 본질」). 그리고 점심을 준비해서 회사를 다녔다. 5월 동안 만든 점심 도시락은 17개다. 브런치에는 5개의 글을 썼다.
삶에 대한 동력을 잃어버리고 침잠하는 동안에도 일상을 꾸려가야만 하는 것은 삶의 잔인한 부분이다. 하지만 어둠은 물러가게 돼 있듯 현재는 세찬 파도 같던 감정도 조금 잔잔해졌다. 얼마 전에 접시와 컵을 깨뜨렸는데도 감정적이 되지 않고 재빠르게 뒤처리를 했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를 조금 되찾은 거 아닐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깨진 그릇에도 동요하지 않는 마음.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