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가 효율적일 필요는 없다.
의아했다. 아침에는 항상 밥맛이 없는 게 디폴트였다. 오전부터 느낀 낯선 출출함에 12시 전 밥을 차려 먹었다. 평소라면 이른 시간 유일하게 입으로 들어가는 커피로 입맛이 느즈막이 찾아올 때까지 버텼고, 할 일에 몰두하다 보면 하원 시간이 가까워져오는 3시까지 공복인 건 비일비재했다. 예외적으로 아침을 차려먹은 것도 모자라 소화시킬 겸 간단한 산책이 땡겼다. 모든 흐름이 평소의 내 루틴답지 않았다.
하루 대부분의 순간에서 늘 최대치의 효율성과 최적의 동선을 찾으려 했다. 등원 시 5분 남짓 걸리는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 고만고만한 단지 내 세 갈래로 갈리는 길을 두고 몇 초라도 단축할 수 있는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와 눈앞에 보이는 집안 살림 중 가장 거슬리는 것들만 선택적으로 재빨리 정리한다. 얼핏 그럴싸해 보이는 겉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곳들이 엉망 그 자체인건 비밀이다. 혼자 차려먹는 밥 또한 내겐 시간이 아까운 일과였으니 제때 챙기지 않는 끼니가 이상할 것도 없었다. 모두 내 할 일을 하기 위한, 개인 시간을 보장받기 위함이었다. 자유시간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신속히 해치워버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장애물이었다.
오늘은 모든 것이 느렸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었다. 밥을 제때 차려먹었고 애기 없는 나 혼자만의 시간에 무려 산책을 갔다. 한정된 자유 시간에 목적이 없는 산책을 가다니,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남는 시간은 곧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기만 했다. 하지만 오늘은 홀린 듯 나갔다. 익숙지 않은 나의 활동 시간대에 아이들 없는 텅 빈 놀이터를 힐끗 본다. 목적을 위해서만 바삐 움직이던 시선을 잠시 거두며 주변 것들에 순수한 눈길이 향한다. 늘 급했던 일이 오늘만큼은 여유로움을 이기지 못해 우선순위가 미뤄진다. 목적이라는 놈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 에너지에 어울리는 하루를 직접 끌고 가본다. 나는 파동 없는 일상 속에 성실히 참여하여 스며들어 있었으며, 고요해진 마음 덕에 곱절의 행복감이 스쳤다.
비효율적 시간 속에서 효율을 본다. 목표를 위한 민첩한 움직임, 물론 좋다. 그렇지만 그 움직임이 내 일상의 아름다움까지 가리게 해선 안 된다. 나를 차분히 눌러주는 것은 대부분 효율이 없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다. 이런 것들이 소위 말하는 비효율이라면 나는 온마음 다해 비효율을 가까이하고 싶다. 효율적인 시간관리라는 조급함에 속아 기존 템포를 간과하며 평정심을 잃고 싶지 않다. 결과적인 생산성은 요란 피우며 노력하나 여유 부리나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내게 이질적이지 않은 템포와 방법으로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정의해 본다. 그렇게 비효율적 행위 속에서 진짜 내 효율을 찾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