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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May 09. 2024

목적이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목적이 있는 일, 그리고 목적이 필요 없는 일이 있다. 



목적성과 자아실현을 두고 혼란을 느끼곤 했다. 여기서 목적성이란 수익화와 같은 일이다. 목적을 갖고자 하는 일에는 내 정체성을 담을 수 없는 것 같았고, 반대로 나의 캐릭터를 넣고자 하면 목적성이 흐려지곤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마음이 무엇 하나에도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게 했다. 하나의 일에 상반된 두 성격을 모두 담으려 할수록 그 어떤 방향에도 도달할 수 없는 것만 같았다. 아싸리 나의 행위에 명확한 성격을 부여해 주기로 했다. 목적성을 갖는 일, 그리고 목적이 필요 없는 일로 분류했다. 이름표 붙여주듯 성격을 구분하자 일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졌다. 



목적이 있는 일은 개인적 이상과 선호를 배제하고 방법론을 파면 되는 것이고, 목적 없는 일에는 내 취향을 양껏 표출하면 되었다. 목적성을 가진 일은 그저 목적 달성만을 위해 힘쓴다. 간혹 그 애씀으로 스스로가 기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면 목적과 반대 선상에 있는 순수성을 찾는다. 자칫 공허해질법한 마음을 목적 없는 일로 채워주는 것이다. 목적 없는 일은 그저 나라는 캐릭터를 여과 없이 표현하며 마음에 생기를 부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도 오래 붙잡을 수는 없는데, 모순적이게도 좋아하는 일만 한다고 마음이 늘 즐겁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순수성을 충분하리만큼 만끽했다면 다시 목적성을 찾아 목적 달성만을 위한 반복 작업을 해본다. 그렇게 하루동안 상반된 성격의 일을 서로 널뛰기하듯 오고간다. 



내가 하는 행위에 성격을 달아주면 스스로 납득이 된다. 바라는 것이 있는 목적성, 그리고 바랄 것 없는 순수성을 가진 일을 병행해 본다. 대비되는 일의 성격에서 오는 에너지의 부족을 주거니 받거니 충당해 본다. 과거에는 모든 일에 내 색을 담고자 했기에 이 단순한 생각을 깨우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을 하든 내가 담겨있어야 한다 생각했지만, 나는 그렇게 작동해서는 효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단순해졌다. 돈은 돈이고 나는 나라는 것을. 상반된 성격의 성질이 섞여 하나의 일에 모두 담겨질 필요가 없으며, 수평면 위의 두 선이 서로 맞닿을 필요는 없다. 목적이 다른 일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지만 종착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각의 선들이 꾸준히 길어지는 것, 그것이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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