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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May 06. 2024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모처럼 소풍 가는 느낌으로 집을 나섰다. 몇 주 전부터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가자는 친정 엄마의 제안 덕이다. 과거 한 번의 캠핑 경험 후 찐 캠핑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란 걸 알았다만, 자연을 배경으로 깔고 캠핑 흉내를 내보는 것은 또 좋았다. 도착하여 식탁 세팅하기, 고기 굽기, 과일 씻기 등 각자의 역할을 도맡아 수행해나간다. 아무것도 걸리적거릴 것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가장 신난 건 애기였다. 호기심 많은 이 작은 친구도 자신의 역할이 있는지 사방을 기웃거리며 분위기 띄우기를 담당한다. 



피톤치드는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이 따로 없다. 야외에서 먹는 고기는 배신을 모른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차리는 번거로움과 시간은 더 들지만서도 어쩐지 이 기분 좋은 노동은 추억이라는 혜택으로 갚아주는 듯하다. 마침 근처에 계곡이 있어 잠시 발을 담그며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한여름을 이르게 맞이해본다. 돗자리를 깔고 잠시 누워본다. 새소리와 흔들리는 나뭇잎이 만드는 자연스러운 소리는 거슬림이 없다. 당연하기에 인지하지 못했는데 글을 쓰며 문득 '자연스럽다'는 표현 또한 자연에서 온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자연은 긴장 섞인 것들을 이완해 준다. 자연 속에 있는 순간만큼은 일상적 고민은 힘을 잃으며 협소했던 시야는 잠시라도 팽창함을 느낀다. 별일 아닌 모든 잡념은 부질없다는 듯 자연은 암묵적 신호를 준다. 일상 속 중대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것들이 거리를 두고 보면 그 크기가 과장되기도 했음을 안다. 유유자적,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자유로이 살아가는 모습은 자연을 닮았다. 종종 이렇게 자연을 마주하면 난잡한 마음은 정화된다. 도시가 주는 편리성을 포기하고 완전한 자연을 맞이할 용기는 없지만, 그래도 자연을 곁에서 자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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