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러움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해지며 힘을 빼게 된다. 꾸밈새든, 인간관계도, 생각하는 방식도 말이다. 과거 시절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 나쁠 것은 없다는 마인드로 일정 에너지를 들였던 인간관계는 지금의 내겐 더 이상 노력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다가오는 사람 막지 않을 테지만 굳이 노력하여 깊어지고 싶은 바람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관계를 확장할 노력으로 기존의 사람들에게 더 정성을 쏟는 게 내 에너지와 맞다. 꾸밈새도 마찬가지다. 과거 시절 꾸미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그때의 취향은 지금의 내게 과하다. 다채로운 색조 화장, 크고 화려한 귀걸이, 굽 높은 신발, 타이트한 옷 등 이제는 대놓고 어색한 취향의 것들은 집구석 한켠에 방치되어 있다. 패기가 넘쳤던 사고방식은 깨달음과 배움, 해탈 등의 수많은 필터를 거쳐 적당히 내게 맞게 정돈되었다. 과거에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과는 결을 달리하여, 이제는 한때의 추억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가치가 좋다. 자연스러움을 가까이 하면 소위 의미없이 노력하는 행위가 사라진다. 더 이상 내게 필요치 않은 것들에 애를 쓰지 않게된다. 한때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았던, 나를 치장하는데 힘썼던, 생각에는 과한 힘이 실렸던, 과거에는 으레 마땅하게 느껴졌던 이 모든 노력들이 지금은 사라져버린 거품 같기만 하다.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들을 걷어내니 가장 기본만이 남는다. 이제는 단순하고 꾸밈 섞이지 않은 최소한의 미니멀한 것들에 마음이 간다. 결이 맞는 이들과의 교류는 피로함을 주지 않고, 내 몸의 편안함을 우선순위로 둔 꾸밈은 자연스러우며, 필요 이상의 패기는 한풀 꺾여 편안한 균형을 유지하는 생각의 패턴만이 남았다. 모든 것이 결국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이 단촐함이 좋다.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기는 그 최소한의 가치들이 나를 이끌어가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