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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Jun 22. 2024

일상은 책임의 연속이다.

일상은 책임의 연속이다. 



매일 내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마주한다. 나 자신의 인생을 방치하지 않을 책임, 남편에게는 배우자로서 도리를 다 할 책임, 엄마로서 내 아이를 돌볼 책임, 주부로서 집안일을 해야 할 책임 등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시작하여 집안일을 하고, 스스로의 용돈벌이를 위한 소일거리를 하며, 하원 후 아이와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남편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장을 봐 저녁거리를 준비한다. 이렇듯 책임에서 비롯되는 할 일들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이 기본적인 책임을 수행하는 각각의 비율이 축적되고 있자면 주어진 시간은 빈 틈 없이 꽉꽉 채워져 손쌀같이 흐르는 하루가 아쉽기만 할 노릇이다.



최근에는 책임을 지니고 수행할 역할이 하나 더 늘어났다. 뱃속의 둘째가 곧 10주를 맞이한다. 극 초기부터 시작된 심한 입덧은 삶의 질을 순식간에 하락 시켰다. 하루 대부분을 배멀미 하는 느낌, 신물감이 느껴지는 구토, 대중없이 쏟아지는 잠, 무기력함 등 의지로 어쩔 수 없이 제멋대로 작동하는 몸에 일상이 피폐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신력도 육체 앞에서는 결국 아무 힘도 쓰지 못할 무색함을 느낀다. 죄책감이 들 만큼 생명에 대한 감사함도 잠시뿐, 내 몸이 버거우니 감흥은 결여된 채 그저 빨리 낳아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의 육아도 나에겐 충분히 과중한데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변화될 일상의 그림이 상상되지 않는다. 어렴풋하다 못해 어떤 형체도 그려지지 않는 듯 말이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져 막연하지만, 결코 먼 미래도 아닐 조만간 닥쳐올 일에 마음의 대비가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건 내가 수행해야 할 책임이자 임무가 될 거다. 가끔은 버거울지라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일상이란 결국 내 여럿 역할에 마땅히 요구되는 기본적인 도리를 해 나가는 것이다. 매일의 일상이 비슷하게 반복되며, 크게 다를 것 없는 그 하루의 장면들 속에 내게 요구되는 책임이 암묵적으로 박혀있다. 그리고 일상을 탈출하는듯한 어떤 특별한 이벤트적인 일이 없을지라도, 잔잔한 즐거움은 그 기본적 도리를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스며들어있다. 소소하여 그 각별함을 티 나게 알아차리지 못할 뿐 결국 책임과 의무, 내 임무 속에 가장 중요하고 변함없이 소중한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책임은 마냥 부담스럽거나 버겁기만 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 곧 책임일 테고, 수행해야 할 책임이 결국 내 일상을 만들고 이끌어감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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