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아닌, 해야만 하는 일.

by 보통여자

백일을 갓 넘긴 아기.

한창 내 손길을 필요로 하기에 당연스럽게도 자유롭지 못한 낮 시간.

아이에게 매달리느라 하루를 다 쓰는 유난히 버거운 날이 있다.

의자에 엉덩이 붙여볼 틈 없이 제대로 된 여유를 부여받을 리 없다.


띄엄띄엄 흩어져 버린 감질맛 나는 개인 시간은

늘 너무 아쉽다 못해 어딘가에 갇혀버린 것만 같은 무력감이 스친다.


그렇게 하루가 마감될 즈음 무언가에 집중할 내 시간은 없었다는 허무함.

시간을 어떻게든 짬 내서 내 일을 더 하리라 내일을 기약하지만

어림도 없이 동등한 강도로 반복되는 육아의 일상.


요 며칠 유난히 내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가 쌓인 탓일까.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화풀이 섞인 투정으로 언짢은 내 마음을 노골적으로 티 낸다.

남편은 말한다.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려 하지 말고 그냥 TV도 보고 내려놓으며 좀 쉬라고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는 되지만 반신반의하는 내 마음.


나가고 싶다는 듯 보채는 아기의 요청에 떠밀려 낮에는 하지도 않던 동네 산책을 잠시 해 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만 알았것만 밖에서 구경거리가 생기니 좋았던 탓일까.

빵긋대는 얼굴을 보니 나의 우선순위를 착각했음을 느낀다.


마치 육아로 투자되는 시간이 없고,

보장된 내 자유 시간이 원없이 있었다면,

몹시라도 세상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마냥.

마치 육아는 내 책임이 아닌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하는 것마냥.


조급함은 현재의 우선순위를 가리기도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 시기에는 내가 인정하고 마주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우선순위가 아닌,

으레 해야만 마땅한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만 하는 그런 일.


비생산스러워 보이는 것이 가장 깊이 남는 생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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