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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Apr 04. 2024

노는 것처럼 살아볼 거다



노는 것처럼 살아볼 거다. 



월요일 아침부터 피부과로 향했다. 피부가 살짝 뒤집어진 탓이었다. 이번 주말에 예정되어 있는 남편 남동생의 결혼식, 남편은 친척 분들이 내게 많은 관심을 쏟을 거라며 예고(?)해주었고 그날 이런저런 인사와 담소를 나눌 장면이 펼쳐졌다. 괜스레 최소한의 신경은 쓰였기에 깔끔한 몰골로 참석하자는 취지였다.



피부과는 이곳만 다닌다. 늘 손님이 많아 긴 대기는 필수지만 나는 코앞에 위치한 타 병원을 두고도 몇 년째 이곳을 찾는다. 의사 선생님의 확신 때문이다. 피부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지체 없이 문제를 짚어주는 명쾌함이 있다. 정확하고 세부적인 부연 설명은 마지막 퍼즐까지 끼워 맞추는 완벽을 더한다. 아는 것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이 분이 습득했을 수십 년간의 인풋은 대략 5분 남짓의 시간 안에 힘껏 담긴다. 진료 시간에 제한이 없었더라면 아마 1시간은 거뜬히 침 튀겨가며 설명해 주었을 법하다.



진료가 마치 놀이처럼 보인다. 기껏해야 내 또래 나이대를 벗어나지 않을법한 젊은 의사. 이 분을 볼 때마다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늘 생기 넘치는 텐션 한 스푼이 가미되어 있는 모습, 엄숙하거나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진료실의 기운. 본인이 정통한 분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덤으로 따라오는 밥벌이. 속 사정을 배제한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는 인생이 꽤 즐거울 만도 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일을 하는 느낌보다는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와 흡사한, 피터팬을 닮은 소년 같다는 표현이 알맞다. 



노는 것처럼 산다면 일상이 꽤나 재밌지 않을까. 꽤 많이 길기도 한, 그런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끝이 없을 것처럼 무한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종료될 유한성이 있기에 후회 없도록 온 마음을 다 쏟아내는 그런 놀이. 진지하게 임해야 하지만 놀이기에 구태여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질 필요는 없는 그런 것. 목표를 위해 분명 나아가야 할 때가 있지만, 그 과정의 시간이 주는 묘미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부터 되는 것. 때로는 그런 절실한 가벼움이 삶의 무거움을 적절히 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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