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인생 시나리오를 쓰게 한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두 달 전, 모임을 통해 반강제성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꽉 막혀있는 구간을 스스로 뚫지 못하고 있던, 답답함에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시기였다. 과연 매일 글을 쓰면 무엇이 변하는지 어디 한 번 지켜나 보자는 심보였다. 글이 밥 먹여주나? 이 모든 게 뭔 소용이란 말인가? 매일 글 쓰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반발심도 들었다. 불신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시행착오를 겪어갔다. 그저 어찌저찌 끌려가듯 글을 썼건만, 기록을 약속한 두 달의 시간은 나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충분했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글에 대한 불신이 찬양으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글로 삶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글만큼 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쉽게 엿볼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바라는 나의 이상향은 글 속에 은연중에 숨어있거나 대놓고 티가 난다. 글로 반추하는 행위는 그간의 행적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었고, 오늘의 나를 바라보며 내가 서있는 지점을 직시할 수 있었고, 다짐을 공포하며 두려운 한 발짝을 떼보고자 발악해 볼 수도 있었다. 돌아보든, 직시하든, 나아가든, 글은 시기적절하게 분명한 메세지를 던져주었다. 여러 메세지들은 오밀조밀 모여 내게 어떤 힌트를 주고 있었다.
글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게 한다. 기록이라는 증거를 핑계 삼아 어쩔 수 없이라도 현생에서 실험하고 싶어졌다. 작가의 시나리오는 하나의 드라마가 되는데 나라고 내 삶을 담은 한 편의 드라마를 쓰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살고 싶은 대로 기록하면 된다. 내가 남긴 글을 닮아가면 된다. 삶에게 을이 되어 끌려가는 것은 충분했으니 이제는 갑질도 하고 싶다. 갑이 되어 삶을 이끌어 보는 것이다. 글과 삶을 연결시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너무 쉽게 내 인생을 주도할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