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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우 Apr 13. 2022

#13 방사성 요오드 치료 2차

200큐리

 두 번째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준비했다. 발병 후 1년 2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입원 5주 전부터 씬지록신을 끊고 테트로닌으로 약을 바꿨다. 씬지록신은 일어나자마자 한 알만 먹으면 되지만, 테트로닌은 4알씩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해서 약간 귀찮다. 그렇게 3주 동안 테트로닌 약을 먹고, 입원 2주 전이 되면 그마저도 끊는다.


 테트로닌마저 끊으면 당연히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 몸엔 서서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것보다 저요오드식을 해야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한 번 해봐서 익숙해지기는 커녕... 아는 괴로움이 더 무섭달까. 저요오드식이 너무 싫었다. 일단 천일염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식이 안 되서 모든 음식을 집에서 먹어야 했다. 요오드가 많이 들어간 해조류, 해산물도 먹을 수 없고 그 외에도 못 먹는 음식이 많다.


 처음 요오드 치료 준비할 때는 어머니가 서울 집에 올라와 음식을 해주셨는데, 이번엔 여친과 동거 중이라 어머니에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찾아보니 저요오드식을 파는 업체가 있었다. 나비푸드와 예은맘푸드. 비슷비슷한 구성으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덮밥과 육개장 같은 것이 있었다. 그걸 주문해서 먹었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것도 금방 질렸다. 항암 치료보다는 훨씬 수월한 치료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괴로웠다. (항암 치료를 견뎌내는 암환자들 모두 대단하다)


 입원하기 전에 침샘 검사를 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면 침샘염 부작용이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해 레모나를 먹는다. 침을 많이 분비시켜서 염증을 막기 위해서다. 1차 치료 때도 열심히 레모나를 먹고 침샘 마사지를 했지만, 침샘 검사를 해보니 침샘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이 치료로 손상된 침샘은 영구적으로 회복이 불가하다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치료 이후에 침 분비가 전보다는 덜 되는 것인지, 아침에 입냄새가 많이 난다고 여친이 말했다. 그래도 그게 치료의 유일한 부작용이라고 하니, 믿고 치료받을 수밖에 없었다.


 노트북과 소설책 몇 권을 챙겨 입원을 했다. 2박 3일의 일정. 치료 자체는 별 느낌이 없다. 방사능이 들어간 요오드 약 한 알만 삼키면 된다. 내 몸에서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3일 동안 가두는 것일 뿐이다. 알약을 삼키고 침샘염 방지를 위해 규칙적으로 레모나를 먹고, 물을 마셔서 내 몸에서 방사능이 자연스럽게 빠지길 기다렸다. 1차 때보다 미각 상실이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주는 밥과 반찬이 토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집에서 반찬이나 더 챙겨 올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억지로 꾸역꾸역 입에 음식물을 집어넣었다.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집중이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TV와 노트북을 연결해 넷플릭스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 빨리 가는 걸로. 다행히 3일째 되는 날, 내 몸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 수치로 떨어져서 예정대로 퇴원을 했다. 제발 이번이 마지막 입원이길...


 집에 돌아와서도 여자친구와 거리를 두면서 생활했다. 일주일 정도는 미세하게 방사능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여친은 큰방 침대에서 자고, 나는 거실에 있는 침대 소파에서 잠을 잤다. 여자친구와는 여전히 자주 싸웠다. 그러다가도 금방 화해를 하고 사이좋게 한동안 지내다가, 갑자기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우리 둘은 서로 맞춰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었다. 백 프로 맞는 상대는 어차피 없으니, 어느 정도 타협은 필요했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그렇게.


 치료와 자가격리가 모두 끝나고 검사한 CT의 결과가 좋게 나왔다. 이번데도 추가 전이는 더 이상 없었고 처음 암세포를 발견했을 때보다 크기가 꽤 줄어있었다. 척추 쪽 신경외과 의사는 처음 발견했을 때의 CT와 최근에 찍은 CT 2장을 한 창에 띄웠다. 요추 4번의 뼈 모양은 처음 발견했을 때와 똑같았다.


 "요추 4번이 그대로네요. 주저앉은 채로 굳은 것 같아요. 통증이 있어요?"

 "아니요. 통증은 없어요"

 "그럼, 이제 앞으로 여기는 안 와도 될 것 같아요. 나중에 통증 있을 때 다시 진료 보러 오세요"


 진료과가 하나 줄어들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렇게 하나둘씩 진료과가 줄어든다면 언젠가는 완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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