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삼 일이 지나도 떠나지 않았다. 울타리 밖으로 쫓겨난 녀석은 다음날 아침 다시 마당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물론 밤새 문 앞에서 뒹굴거리던 녀석을 발견한 엄마가 문을 열어준 탓이다. 녀석은 짱이가 잠든 시간을 틈타 짱이가 숨겨둔 것들을 찾아내 몽땅 삼켜버렸다. 짱이는 몰랐지만 시시 탐탐 짱이의 것을 노리고 있었던 영미의 눈에서 피해 갈 순 없었다. 단지 영미는 짱이와의 싸움을 피했을 뿐인데 그런 사실을 모르던 녀석은 짱이의 것들을 처리한 것이다.
사고는 이틀째 되던 날 벌어지고 말았다. 다리가 짧은 녀석은 마당을 겨우 두 바퀴도 돌지 못하고 짱이에게 잡혀 엉덩이를 물리고 말았다. 그런 장면을 모두 지켜보던 영미는 하루 종일 킬킬대며 웃었다. 짱이가 숨겨둔 걸 차지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짱이에게 시달리는 녀석의 모습은 너무나도 재미났던 것이다. 녀석은 거의 이틀 동안 짱이에게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엄마는 짱이를 나무랐지만 짱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녀석은 알 수 없었지만 짱이야말로 집 밖에서, 야생동물이나 마찬가지로 살아봤던 녀석이었던 거다. 어떤 녀석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짱이는 말 그대로 집 밖에서도 세상의 어떤 녀석들보다 우위에 있었고 원래 야생의 동물이었던 것처럼 용맹하고 사납고 영리하며 재빠르고 날쌘 그런 녀석이었던 것이다. 엄마를 사랑하고 집이 그립고 먹을 것만 밝히는 영미였지만 그놈의 정이 무언지 그런 것들 때문에 엄마의 바람대로 집에 머물며 가끔 오던 엄마의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신세를 만족하며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녀석은 그걸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짱이야 말로 무림의 지존, 야생의 갑. 바로 그런 녀석이었던 것이다.
오 일째 되던 날 엄마는 녀석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너 집이 없는 거니? 아니면 우리 집이 좋은 거니?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이 맘에 든 거니?"
그걸 알아들은 건지 어떤지 몰라도 녀석은 엄마의 다리를 비비며 온갖 애교를 떨어댔다. 짱이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봤지만 영미는 눈꼴이 셔서 죽을 지경이었다.
"멍멍멍!"
녀석은 고맙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언제든 집에 가고 싶으면 가도 돼. 문은 언제라도 열어줄 테니까. 하지만 이젠 친하게 지내야 돼. 자꾸 그렇게 다투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너를 내보낼 거야. 우리 착한 짱이하고 영미 괴롭히면 안 돼. 그리고 넌 남자니까 니가 쟤들을 지켜줘야지. 안 그래?"
엄마의 말에 짱이와 영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엄마가 알아봤을지는 알 수 없었다.
"엄마가 고민을 좀 했거든. 니 이름은 숏이라고 하자. 어때? 알아듣기 편하지?"
녀석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짱이와 영미는 알고 있었다. 원래 이름은 그렇게 지어지는 거니까. 영미는 예전 이름을 아예 잊어버렸다. 잊으려 해서 잊은 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저절로 잊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짱이는 원래부터 짱이였다. 짱이가 기억하는 한 그랬다. 그리고 녀석은 오늘부터 숏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궁금해?"
엄마는 눈빛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녀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별 거 없어. 그냥, 니 다리가 너무 짧아서 그렇게 지었을 뿐이야. 원래 니 이름이 뭔지 알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영미는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쟤는 여자인데 남자 이름을 갖고 있었거든. 원래 어떤 사람이 영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너희들을 너무 몰랐던 것 같아. 어쩜 여자애한테 남자 이름을 지어준 건지..."
"멍멍멍! 왈왈왈!"
녀석은 뭐가 기분이 좋은지 짧은 다리로 땅을 박차고 팔딱팔딱 뛰었다.
"이름이 맘에 드는가 보구나? 오늘부터 넌 숏이야. 숏!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해. 그리고 반가워. 또, 고마워."
엄마는 숏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숏은 이름이 딱이 맘에 들진 않았지만 엄마의 손길이 너무 좋았다. 너무 따뜻했다. 엄마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원래 엄마였던 것만 같았다. 숏은 아주 어린 시절 엄마가 핥아주던 혓바닥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눈물이 났다.
"숏! 그렇게 좋아?"
엄마는 숏을 들어 끌어안아 주었다. 숏은 엄마의 혓바닥을 머릿속에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