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대체 어디에?

이렇게 눈이 왔는데 도로는 누가 관리하나?

by 루파고

어제 밤늦게까지 업무 상 미팅이 있었다. 이미 폭설 예보가 있었기에 창 밖으로 굵은 눈발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미팅을 끝내지 못했다. 걱정 아닌 걱정이 창 밖 거리 위 눈만큼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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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가 넘어서야 미팅을 마치고 차를 끌고 지하 주차장을 나섰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눈이 쌓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차는 풀타임 사륜구동 차량이라 별 걱정이 없었지만 파트너의 차는 그렇지 못했고 게다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 눈길 주행 경함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게다가 서울 지리도 익숙하지 않아 내비게이션 없인 어디에도 찾아갈 수 없는 처지였다. 우린 강남을 손바닥처럼 알기 때문에 막히는 길도 잘 헤집고 다닐 수 있기에 폭설에도 별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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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동에서 역삼동까지 가는 길은 이미 피난길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려 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덮여 차선의 존재가 사라진 8차선 도로 위는 난해한 모양으로 마구 뒤섞인 차량들이 마구 꼬여 있었다. 눈길 주행이야 강원도에서도 워낙 익숙하게 다녔던 터라 별 긴장도 안 되는 나였지만 어디서 갑자기 차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사방을 주시하며 달려야 했다. 약간이라도 경사진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좌우로 핸들이 꺾인 차량들이 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사방에서 비상등, 후미등, 전조등이 껌벅였다. 퇴근시간이 시작된 지 이미 3시간이 넘었건만 도로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수서를 지나 강남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서초동에 들렀다 다시 역삼동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강남대로를 관통해야 하는데 상황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경찰이라곤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죄다 어디로 증발해버린 걸까? 폭설 예보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신호 제어조차 하지 않아 사방에 꼬리물기를 하여 너도 나도 갈 수 없는 상황이 곳곳에 벌어져 있었다. 오르막길엔 지그재그로 널린 차량들로 꽉 막혔고 통제되지 않은 도로는 오토바이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꽉 막힌 것이다. 그나마 그 사이를 어떻게든 비집고 지나가는 건 눈길 운전에 자신감을 가진 운전자의 몇몇 사륜구동 차량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도심을 뚫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11시 30분 정도였는데 파트너 한 명은 한국은행 대로변에 차를 버리고 돌아왔다고 했다. 도저히 차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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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 정도 되어 다시 차를 가지러 나가 보니 아직도 움직이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 한복판에 널려 있었다. 역시 경찰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혼잡한 테헤란로에 말이다. 시민들은 서로 도와 어떻게든 집으로 가려 애를 썼지만...




그리고 오늘 아침 성남에 업무가 있어 넘어가는 길, 길바닥은 어젯밤이나 마찬가지였다. 좀 다른 점이라면 차를 끌고 나오지 못한 사람들 덕에 차량 통행량은 줄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밤 어쩌지 못해 운전을 포기하고 간 사람들이 많았던지 길가엔 10센티 넘게 쌓인 눈과 고드름이 엉킨 차량들이 비뚤비뚤하게 길가에 마구 주차되어 있었다. 10시가 넘어서도 그 차들은 움직일 수 없었던 거다. 더욱 아이러니한 건 역시 경찰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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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0분경, 세텍을 지나 수서역 방향으로 향하는데 문득 예전에 보았던 제설기계들이 기억났다. 안전지대에 세워진 열 대가 넘은 제설기는 다 사용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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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쩐지 제설차 돌아다니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싶었는데 죄다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거다. 이게 대체 무슨 소동인가? 이게 행정인 걸까? 서울시장이 공석이라 그런가? 황당하다 황당해! 그렇게 성남까지 가는데 서울이나 성남이나 다를 게 없었다. 지난밤 보았던 그 풍경 그대로 달라진 건 없었다. 성남 목적지까지 역시 경찰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역시 제설차 한 대 없었고.

시대가 역행하는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 든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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