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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4. 2021

30년 맛집, 39탄-고양시 칠형제우리감자탕

형제들끼리만 비법을 전수하여 경영하는 묘한 사연

요즘엔 고양시에 갈 일이 별로 없어서 잘 가지 못하는 맛집들이 몇 곳 있다. 그중 칠형제우리감자탕이 있는데 소주가 생각나는 날이면 여지없이 손가락에 꼽는 식당이 바로 이곳이다.

여긴 이름을 까먹기도 힘든 것이 칠 형제가 자기들끼리만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칠형제우리감자탕>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집 감자탕이 자꾸 생각나는 건 첫 방문 때 비가 와서 그랬던 것 같다. 칠형제우리감자탕은 체인점 같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이 식당의 창업 일화는 매우 유명하기도 한데 형제들 외에는 비법을 전수하지 않는다고 하니 가맹점이 있을 수가 없는 거다. 감자탕이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여기에 감자탕을 먹으러 갈 생각이라면 마음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 산처럼 쌓인 감자탕의 양도 무시할 수 없지만 당연히 뼈 추가를 강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진짜 다르다는 걸 알기 위해선 직접 맛을 보는 수밖에......



그렇게 자주 다녀왔으면서도 사진은 별로 없다. 이상하게도 감자탕이 상 위에 차려지는 순간 사진 찍는 행위를 잊고 만다. 참 묘한 일이다. 식당 외관 사진이라곤 달랑 이것밖에 없다. 아마도 비가 오는 날 차 안에서 촬영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상 위에 이게 올려지면서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비주얼이야 일반 감자탕과 다를 것 없다. 팔팔 끓여 맛을 보기 전까진 칠형제우리감자탕의 진가를 가늠할 수 없다.



카메라 각도를 세워서 보면 위로 쌓아 올린 돼지 등뼈와 우거지가 보이는데 사진으로 비교 대상이 없어 양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이 어렵다. 아무튼 이것도 직접 봐야 알 수 있기에...



푹푹 삶아진다. 어차피 뼈와 육수는 별개로 준비했다가 차려지는 것이겠지만 담백하며 매콤한 국물도 소주를 부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빨리 먹고 싶지만 좀 더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아마도 나는 두 번째 방문부터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이미 칠형제우리감자탕의 맛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살코기가 야들야들 잘 부서진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도 무리 없이 드실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간이 적절하게 밴 돼지등뼈는 역시 이 식당만의 비밀이 숨어있다. 언젠가 이 식당의 창업 비화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식당 주인이 감자탕 맛집의 노인을 찾아 비법을 전수해달라며 날이면 날마다 찾아가 졸랐지만 결국 식당을 인수하는 조건부로 비법을 승계받는 도중 겨우 일주일 만에 노인이 세상을 떠났고 비법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은 상황이라 다시 또 비법을 연구해 노인의 비법을 부활시켰다고 한다. 아무튼 세상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없는 것 같다. 그의 형제들이 모두 감자탕 사업에 동참해 각기 매장을 차렸을 정도이니 어찌 맛에 대해 논할 이유가 있겠나 싶다.



너무 배를 곪고 가는 가는 것도 아닌데 어찌 갈 때마다 허겁지겁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빈 소주병은 줄기차게 늘어만 간다.

올여름, 이열치열 격으로 다녀와야겠다. 요즘 맛집 관련 글을 정리하다 보면 자꾸 식욕만 생겨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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