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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3. 2021

30년 맛집, 38탄-수원 유치회관 해장국 분당점

해장국의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하는~

수원에서 유명한 맛집을 대라면 몇 곳이 떠오른다. 그런데 유치회관은 내 기억 속에 없었다. 수원에 갈 일이 딱히 많지 않은 요즘, 특히 수원 맛집을 섭렵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데 마침 경부고속도로 따라 옆으로 난 성남 분당 하이테크놀러지 밀집지역의 건너편에 수원 유치회관의 분당직영점이 있다.

전국을 쏘다니며 맛집엘 가면 자동으로 술이 따라왔고, 술을 마시다 보면 과해지고,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의례히 그 지역의 유명한 해장국 전문점을 찾아가는 게 인간다운 도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하기에 각 지역의 다양한 해장국을 맛보다 보니 이제는 딱히 대단한 해장국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황당하게도 수원도 아닌 분당에서 이런 기가 막힌 해장국을 만나게 된 것이다.

수원 본점은 선배님의 맛집이었기에 분당에도 분점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고, 나는 뭣도 모르고 핸들을 잡았기에 그저 불발 없는 선배님의 맛집이란 기대감만 가지고 방문했었던 기억이 난다. 첫 방문 후로 나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어지간하면 유치회관에 들러 해장국을 먹고 오는 편인데 좀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사진은 부산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 촬영한 사진 같다. 요즘엔 사진을 촬영하진 않지만 유치회관 편 역시 이렇게 맛집 관련 글을 쓰게 되리라는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인스타에 올릴 생각으로 촬영한 거다. 나의 인스타그램의 나의 맛집 방문 흔적을 목적으로 하는 거다. 워낙 SNS 같은 걸 귀찮아하는 내가 인스타그램을 쓰는 걸 본 나의 오랜 지인들은 혀를 내두른다. 사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021년 6월 22일 현재 게시물 수만 3,645개에 달할 지경이니 말이다.

관심있는 분을 위해 ㅎㅎ (설명이 어설프긴 하지만 아무래도 브런치보다는 많이 올려져 있는 건 사실이니)

https://www.instagram.com/lupago.han/



분당지역 주민들이야 여기서 소주 한잔 할 수 있을 것이니 얼마든지 수육을 맛볼 수 있겠지만, 뜨내기 손님이나 다름없는 내겐 수육이나 수육무침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여기서 진득허니 소주 한잔 걸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만 품어본다.

가격표를 보면 해장국 치곤 가격이 착한 편은 아니다. 강남에도 이정도 가격이면 일단 지갑에 댄 손을 떨고 보는 난데, 분당 중심가도 아닌 분당 변두리에서 이런 가격을 지불하고도 유치회관엘 가는 이유가 뭘까?

유치회관은 내 마음을 이 곳에 유치하는가? ^^ 남의집 상호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되는 건데...



선지가 먼저 차려졌다. 유치회관도 선지 따로 해장국 따로 나오는데, 이게 추가가 되던가? 이건 좀 기억이 잘 안 난다. 더 달라고 하면 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전화해서 <거기 선지 추가로 주나요?>하고 물어보기도 뭣하고~~



사진만 보고 이 해장국의 다른점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해장국에 나름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붉으스름한 고깃덩이리가 왠지 뭔가 다른 포쓰를 자아내고 있다는 걸 눈치 챘나?

그렇다. 유치회관의 해장국에는 양질의 소고기 살코기가 들어있다. 그것도 꽤 많은 양이다. 질기지도 않고 씹는 식감도 적절히 살아있을 정도만 고아진 살코기가 유치회관 해장국의 진짜 매력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입에서 녹아내리는 시래기가 해장국의 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야들야들한 시래기와 찰진 소고기가 맛나기도 한데 여기에 선지국 넣어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된다.

뭐니뭐니 해도, 누가 뭐래도 해장국엔 선지가 필수 아니던가?



뚝배기 안의 고기와 시래기를 함께 건져 촬영했다. 이 보잘것 없는 사진으로 맛을 전달할 순 없지만 수차례 먹어본 자로서 감히 말하건데, 뚝배기 바닥을 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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