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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13. 2021

30년 맛집, 40탄-매운갈비찜이 맛있는 청평갈비

맛있는 매운맛을 원한다면청평갈비매운갈비찜이답이다

무려 일 년이 넘게 가지 못했던 곳, 논현동 청평갈비를 어제 다녀왔다. 같은 강남에 있는데도 요즘은 이상하게 논현동 쪽으로는 잘 안 가게 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요즘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여념이 없기도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지간한 모임이 모두 사라져 버린 탓이기도 할 거다. 어제는 한동안 이어가지 못했던 이 <빗맞아도 30년> 시리즈에 숨을 불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평갈비를 찾아갔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아무리 뒤져봐도 청평갈비의 매운갈비찜 사진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아무튼 어젠 작정하고 찾아간 셈이니 나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고 신경을 쓰긴 했는데 사진들이 죄다 엉망이다. 볼 만한 사진도 몇 컷 없을 것 같다. 이유인즉슨, 매운갈비찜 자체가 다소 심플한 메뉴이기도 하고 곁들여 나오는 찬들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대수로울 것 없는 음식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름의 궁합이 있는 반찬이라는 건 사진으로 이해시킬 수 있다.



요즘 7~8시나 되어야 업무를 마치는 편이다. 7시경 사무실을 빠져나와 꽉꽉 막히는 퇴근길에서 나의 전문 분야인 골목치기 신공을 운용하여 불과 이십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만에 청평갈비에 도착했다. 그런데 원래 쓰던 주차장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전에 주차장을 빌려 쓰던 건물이 매각되면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행히 발렛은 하고 있어서 차를 맡기고 식당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역시 청평식당은 분주하다. 여긴 참 재밌는 게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중국인들인데 다른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친절함이 몸에 배어있다. 게다가 지난해 방문했을 때 봤던 직원도 여럿 보였다. 알 순 없지만 주인의 직원에 대한 처우가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매운갈비찜 매운맛을 주문했다. 원래 있었던가 싶은 <무진장 매운 갈비찜>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전엔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것도 나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고... ㅎㅎ 내가 죽을 정도로 매운맛으로 해달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예 특제 소스를 통째로 들고 나와 양껏 퍼주기도 했을 만큼 양념을 쓰는데 한 푼의 아낌이 없다. 그게 청평식당의 강점 아닌가 싶다.



식당 조명이 어두운 건 아닌데 사진 컬러가 어둡다. 조명빨이 받지 않는다는 거다. 어지간하면 조명 좀 최신 LED 등으로 바꾸면 좋으련만... 아무튼 오래된 식당의 오래된 환경은 어쩔 수 없는 거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양념꽃게장. 이건 뭐 말하나 마나, 유명한 고깃집 어딜 가나 게장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차피 냉동 꽃게를 썼겠지만 그래도 품질이 좋은 녀석인 듯, 속이 꽉 차 먹을 게 많다. 지난번 여수에서 유명한 돌게장 정식을 먹고 얼마나 후회스러웠던지... 아무튼 그 집 생각이 스친 건 너무 현격한 차이를 느껴서다. 여긴 이게 서비스인데...



먼저 이런 찬들이 상 위에 차려졌다. 호박도 큼지막한 게 싱싱하고 먹을 만하다. 내가 좋아하는 숙주는 찬 성질을 갖고 있어 매운 갈비찜하고 궁합이 딱 맞다. 잡채야 뭐 대한민국 평균은 가는 수준인 것 같고.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청평갈비의 베스트 중 베스트는 바로 이 누룽지탕이다. 재주문해도 서비스로 제공되는 누룽지탕인데 이것만 팔아도 팔릴 정도이다. 이게 매운맛을 좀 더 강력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 매운맛을 더 즐기고픈 사람은 뚝배기에 담긴 뜨거운 누룽지탕을 함께 즐기면 좋다.



누룽지탕과 함께 나온 매운갈비찜은 벌써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매운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주룩주룩 흐를 테지만 다행히 에어컨 앞에 자리를 잡아 그런 걱정은 덜었다. 어제저녁에 이걸 먹고도 사진을 보며 입에 침이 고이는 걸 보면 뇌는 이 맛을 절대 잊지 못하는 게다. 좀 달달한 편이라 원천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맛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그래도 매운맛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정말 맛있는 매운맛이 무엇인지 이 집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둘이 갔으니 당연히 2인분만 주문했는데 내가 예전과 양이 같지 않은 건지 몰라도 둘이서 2인분만 가지고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물론 예전 같으면 매운갈비찜만 먹었겠지만 이번엔 밥도 먹고 와서 그랬는지 모른다. 만약 이게 한우갈비였다면 이런 착한 가격에 판매될 수 없었겠지만 어쨌거나 수입산 소갈비로 이런 수준의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음식은 흔하지 않다.

<오래전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서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는 후문이 있었는데 아무튼 난 한우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엔 항공으로 직송된 와규를 20kg씩 사다가 직원 회식 때 쓰곤 했었는데 얼마나 잘 관리된 목장의 얼마나 좋은 품질의 소를 가지고 어느 부위를 써서 잘 가공을 하고 적당한 온도의 유통과정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온 것이냐가 중요하다.>



누룽지탕 안에 들어있는 누룽지가 불어 터지도록 뒀다가 먹으면 보들보들하면서 씹는 맛이 느껴진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말이다. 매운갈비찜 안에는 잘 익은 감자도 들어있다. 황당할 정도로 수북한 매운 양념은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도 안주가 된다. 달달한 매운맛이 소주를 부른다.



녹두를 콩나물처럼 키우면 숙주가 된다. 다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숙주는 찬 성질이 있어 매운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이렇게 매운갈비찜을 숙주에 싸서 먹으면 이질감 없는 맛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반찬은 추가 주문하면 더 갖다 준다.



누룽지탕도 추가로 받았다. 이렇게 퍼먹었으니 배가 안 부른 것도 당연하다.



난 절대 밥을 주문하고 싶진 않았다. 너무 배가 불러서...

어쨌거나 1인분만 주문했는데 이렇게 잘 볶아서 나왔다. 매운 양념이 잘 배어 배가 불러도 숟가락이 절로 가더라.



역시 매운맛의 핵심은 고춧가루, 고추장일 거다. 나중에 양념게장 그릇에 담긴 양념을 긁어 따로 맛을 봤다. 청평갈비의 흠이라면 단맛이 좀 강하다는 점이지만 강렬한 매운맛이 모든 걸 압도적으로 누른다. 어지간한 식당이 아니라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없을 일이다.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져 지인들과 함께 가서 웃고 떠들며 한잔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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