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홀로 부산 출장길에 나선 선배님에게서 기가 막힌 사진 한 장이 전송되어 왔다.사진 한 장으로 사람을 유혹할 수 있으면 이미 반 정도는 성공한 거다. 두 말이 필요 없다. 처음 보는 비주얼의 회 한 접시는 순식간에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사실 처음에는 식당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사진의 주인공이 '가자미회'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마침 부산 출장이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찾아가게 된 곳은 바로 <독도참가자미회>라는 간판을 건 식당이었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자미회 전문점의 포스가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여느 횟집과 다를 거 없는 부요리들은 빨리 가자미회를 만나고자 했던 나를 조바심 나게 했다. 그러다 만난 뼈 튀김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뼈 튀김이라면 보통 장어나 복어 정도를 떠올리게 하는데 가자미 뼈 튀김이라니. 역시 상당힌 만족도를 주는 요리였다. 아삭아삭, 바삭바삭, 고소함이 깊게 녹아 있는 뼈 튀김은 그렇지 않아도 조바심 나던 나를 재촉했다. 그렇다 한들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대략 이런 것들이 애피타이저 혹은 부요리 급으로 상 위에 내어졌다. 다양한 종류는 아니지만 모두 신산하 재료여서 대충 훑어만 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다른 데선 본 적 없던 찐 밤이 압권이었다.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어서 그랬던 걸까?
쫘잔!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가자미회가 떠억 하니 나타났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내 눈은 정말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듯 동공을 조으고 있었다. 어찌 이렇게 맛깔스러운 구성을 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 봐서 그렇지 기다랗게 썰어 놓은 가자미회가 너무 가지런하다. 뻔한 회들과는 엄연히 다른 수준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회가 너무 예뻐서 다른 사림들의 젓가락질을 엄금하고 사진부터 촬영했다. 폰카로 촬영한 것이라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간판에서 느꼈던 가자미회 전문점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맛은 어떨까? 그야말로 담백하고 고소하며 우럭 수준의 쫄깃함이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가자미회는 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된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초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그런 이유는 아마도 가자미회 자체가 가진 강렬함 때문일 거다.
부요리들은 다소 아쉬운 감이 있지만 가자미회의 압도력은 부요리들의 가치를 멀찌감치 떨궈놓고 말았다. 아마 그것들이 있든 없든 의미가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