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 슬로 푸드
해운대에서 유명한 암소갈비집 뒤에 간신히 끼어 있는 곳이지만 서민들에게는 사악한 가격의 식당들보다 이런 곳이 더 익숙하지 않나 싶다.
서울에서는 메밀국수 맛집 몇 곳을 집중적으로 다니는 편인 데다 너무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부산에서 메밀 맛집을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방문하고 보니 색다른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부산 하면 밀면만 떠올리게 되는 묘한 고정관념 때문인 것이다.
구석지고 한갓진 위치에 자리 잡은 남경막국수. 갑자기 횡계에 있는 남경식당의 꿩만둣국이 생각나게 했다. 하얀 간판에 정감 나는 서체로 만든 간판이 입구에 선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국수는 면발이 좋아야 국수다!"
이 한 마디를 간절히 공감하게 만드는 집이 서울에도 몇 곳이 있다. 왜 자꾸 서울의 맛집들이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걸까?
우리는 세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메밀막국수 전문점인데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는 일. 비빔막국수와 물막국수 그리고 메밀로 빚은 만두는 역시 메밀 전문점이 확실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먹기도 전에 메밀 특유의 까끌까끌한 식감이 혀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제일 먼저 손이 간 건 다름 아닌 메밀만두. 속이 꽉 찬 소가 담백하다. 야채가 담뿍 들어차 있는 만두는 서로 흡입하듯 입 속으로 투척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서로의 표정으로 만족도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비빔막국수의 면발은 들깨가루와 범벅이 되어 찰지고 고소한 들깨가 정직하다 싶을 정도로 메밀 본연의 까끌한 식감의 메밀국수와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셋이 나눠 먹기엔 좀 적은 양이었지만 맛보기 정도의 수준으로 주문한 것이니 만큼 미련을 버리고 물막국수로 젓가락을 돌렸다.
정말 심심한 맛이라고 하면 많이 아쉽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정직한 맛이라고 하면 될까? 육수는 육수대로 국수는 국수대로 본연의 맛을 자랑이나 한 듯 서로의 장점을 부각하고 있었다. 면발을 몇 가닥 앞접시에 올려 두고 사진 한 장을 남겨 봤다. 메밀가루가 면발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알고 간 건 아니었는데 식당 내부에는 수요미식회, 테이스터로드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진에 담은 것 외에도 홍콩 모 프로그램에도 방송된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수요미식회라는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곳이라는 매력적인 곳인 걸 인정했다. 난 사실 방송을 믿지 않는 편이라 이런 데 그다지 흔들리는 편이 아니지만 소개해도 될 만한 곳이 분명하다.
다음에 다시 들르게 되겠지만 그때는 들깨막국수도 맛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