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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Feb 28. 2021

7.내가 아는 한, 이곳이 등뼈김치찜의 지존

언제 가도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 곳이 진짜 맛집이다

도곡동이나 양재동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거의 없는 곳이 있다.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이지만 집에서 요리해 먹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들 중 돼지등뼈를 이용한 음식은 상당한 내공을 요한다. 그중 돼지등뼈김치찜은 여러모로 유별나다. 돼지 등뼈도 상태가 좋아야 하고 살도 많이 붙어 있어야 한다. 게다가 김치도 맛이 보장되어 있어야 하며 조미하는 양념도 적절하게 배합되어야 한다. 특히 고춧가루 같은 양념은 아끼면 안 되고 적당한 식감을 위해 제대로 익혀야만 한다. 그런 수고로움에 비하면 절대 가격을 가지고 논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삼식이감자탕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지만 나는 유독 김치찜을 고집한다. 감자탕이야 서울 시내 어디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이고 잘한다는 집은 수도 없이 널렸지만 돼지등뼈김치찜 만큼은 다른 식당에서는 절대 추종이 불가능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은 있다. 마침 도곡동을 지나다 들러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들은 문제없지만 돼지등뼈김치찜은 적어도 삼십 분 전에 주문을 넣어 두고 가야만 한다. 테이블에서 기다리겠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자주 다닌 식당인데 이상하게도 내부 사진은 가진 게 없다. 불과 며칠 전에도 다녀왔는데 메뉴판 하나 찍어둘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추측컨데, 삼식이감자탕에 들르면 뇌가 멎어버리는 게 분명하지 싶다.

상호에서처럼 삼식이감자탕엔 감자탕이 전문이지만 이 음식을 맛보고 나면 감자탕은 머릿속에서 사라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물론 감자탕 역시 맛있는 식당인 건 사실이다.



상 위에 이게 올려지는 순간, 아니 그보다 이게 옮겨오는 순간 이걸 보면 숨이 멎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어쩌면 그보다 주방에서 김치를 들어 올리는 걸 보았다면 저것이 과연 그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을 수도 있다. 김치 반포기가 통째 올려지는 것을 보고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엄청난 크기 때문에 이 사진에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있는데 조각난 두부가 작아 보일 정도로 엄청난 크기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새빨간 고춧가루가 범벅이 된 김치찜은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침이 고이게 한다.



삼식이감자탕 사장님은 정말 삼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본 안주가 있다. 돈 받고 팔아도 될 우거지탕을 커다란 뚝배기에 가득 담아내어 준다.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인 것은 거의 무한 리필이나 마찬가지여 서다. 하지만 이것도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라면 많이 먹을 자신은 없을 거다. 어쨌거나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이것만 가지고도 소주 한 병은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맛도 기가 막히다. 양만 가지고 승부하는 게 아니라 만족감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돼지등뼈김치찜이 상 위에 올려지면 커다란 포기김치를 잘라 놓고 시작해야 한다.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라면 서서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 김치가 워낙 커서 팔이 짧은 사람은 길게 들어 올리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김치 아래부터 가위로 쓱싹쓱싹 잘라 올려놓기 바쁘게 젓가락이 날아가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미친 듯이 앞접시로 김치를 퍼 나르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이미 이야기는 끝!



보통 성의 없는 감자탕집 가면 느끼는 아쉬움이란 바로 뼈에 붙은 살코기의 양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삼식이감자탕집에선 그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먹다 먹다 지쳐서 죽을지언정 후회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말이다. 너무 익히지 않아 살이 뜯어지지도 않는 식당을 경험한 적도 있는데 적당히 푹 삶아 양념에 버무린 이 음식을 경험하고 나면 단골이 되지 않을 방법이 없을 거다.



요즘엔 양이 줄어 여기까지 가지 못하는 편이긴 한데, 양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볶음밥도 경험해 보면 좋겠다. 아무튼 최근 나는 이건 패스하고 퇴청한다. 맛있긴 하지만 더 이상은 양을 감당할 수 없기에.


서초동에서 분점을 냈다고 하는데 난 여전히 도곡동 본점으로 다닌다. 오래전 받아 놓은 사장님 명함이 있지만 그건 올리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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