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충무로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된 시절도 아니었고 밀레니엄 쇼크를 두려워하던 1999년 전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선배 디자인 사무실에 놀러 갔다가 무거운 외장하드를 들고 충무로까지 오가며 출력을 하는 모습을 본 나는 충무로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다.
당시의 네트워크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이른 아이디어였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IT가 붐업하던 때라 충분히 가능한 시기였다.
아무튼 내 아이디어를 제안받은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대뜸 그런 게 되겠냐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콤에서 웹하드라는 서비스를 오픈했다.
그땐 없던.
선배들은 불가능하다 했던 그것이 탄생한 것이다.
곧 선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웹하드에 가입해 돈을 지불하며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리곤 술자리에서 내 아이디어를 이해했으면 사업에 투자했을 거라고 했다.
과연 이해하지 못했을까?
절대 아니다.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GPS 시스템이 활성화되었던 초창기, 그러니까 카카오T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던 시절에 난 택시 호출 앱을 구상했지만 그것 역시 다른 업무에 밀려 구현하지 못했다.
킥보드 공유사업이 존재조차 하지 않던 6년 전쯤 킥보드를 깔아보자고 했던 나의 제안도 무참히 짓눌렸고 나중엔 해외에서 시작된 킥보드 공유사업이 국내로 들어오자 '어?'라며 놀란 그들이 있었다.
윌라,
나의 사업 기획들 중 윌라보다 독특한 게 있었다.
언젠가 하겠다며 눌러 뒀던 아이디어들 중 그래도 기획서 초안까지 갔던 거다.
윌라는 아직 내가 구상했던 것에 접근하지 못했기에 오히려 사업성이 더 커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일에 파묻혀 사는데 대체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
그저 이것 역시 누군가 하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지나쳐버릴 것 같다.
실천 없는 아이디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도 내 노트 속에는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묻혀 있고 빈둥거린 동안 비슷한 비즈니스와 상품들이 하나 둘 세상에 나오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하나씩 시작해 볼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