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진정 환경에 우선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출장 준비 중에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출장은 홋카이도.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해진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지역 아닌가?
삿포로 서쪽에 있는 텐구야마의 오타루.
우린 삿포로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지역이고 시골로 가는 여정이었다.
비즈니스용 비자 발급을 위해 초청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메일이 도착했다.
국립공원 방문이 목적이었던 우리는 <신종 딱따구리의 둥지가 발견되어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지시로 모든 방문을 금지시켰다>는 소식을 듣고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오랜 기억들 중 몇 개를 건져내고 말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그는 좌익 문제, 인종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이슈로 널리 회자되어 왔다.
어쨌든 그는 환경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어 냈으며 훌륭한 작품들임에 틀림이 없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한 그는 미래소년 코난에서부터 천공의 성 라퓨타, 평성 너구리 전쟁 폼포코,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모노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 등 자연과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베이스로 글로벌한 작품들을 쏟아낸 바 있다.
(그 외에도 작품이 많다. 전부 다 봤지만 환경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86년인지 87년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난 당시 천공의 성 라퓨타를 레이저 디스크로 만났다. 당시 정말 귀한 기기에 귀한 미디어였는데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 그런 신문물을 접하게 됐다. 내게 충격을 준 건 레이저 디스크가 아닌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였다.
미래소년 코난을 보던 세대라 화풍과 캐릭터(코난과 라나 등)가 익숙해서였는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어로 애니메이션을 봤다. 무려 스무 번은 더 본 것 같다. 아마 지금까지 오십여 번은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막 하나 없이 영화를 완전히 이해했을 정도였으니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 후 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싹 다 구했고, 그것들을 구하기 위해 명동, 회현동 지하상가를 쓸고 다녔다. Newtype 같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잡지도 정기구독 아닌 정기구독을 했을 정도였다.
일본을 동경하거나 좋아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일색 또한 전혀 없었다.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내게 준 환경보전에 대한 영향이 그러했다.
당시 내게 심어진 건 환경과 자연보전에 대한 이슈였다. 어릴 때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 새삼 느끼게 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쓴 환경소설도 그의 영향이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은 원전 문제에는 왜 그렇게 책임감이 없을까?
환경문제에 그렇게 적극적인 사람들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아닐 수 없지 않나?
아무튼 나같은 일개 먼지 같은 존재로선 길게 쓸 이유도 없는 이슈니까 이쯤에서 접으련다.
일본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보니 웃프지 않을 수 없다.
업무상 중요한 출장인데 스케쥴이 몽땅 변경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