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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r 15. 2021

30년 맛집, 24탄-직접 담근 된장맛 뼈다귀해장국

된장이 맛있어야 뼈다귀해장국도 맛있다

전주뼈다귀해장국은 동인천 신포동의 오래된 일본식 목조주택을 배경으로 그린 미스터리로맨스 소설인 <오래된 집, 이음>에도 등장하는 맛집이다. 아쉽게도 절판되었지만 다시 서점에서 판매될 수 있을 것 같다. 딱 일주일 만에 쓴 소설이고 착안하는 데는 불과 삼십 분 정도에 불과했다. 언젠간 보았던 자유공원 아래 바다를 조망하는 오래된 목조주택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구상한 소설인데 반세기의 사랑을 다룬 이다. 난 이 소설 쓰면서 엄청 많이 울었는데 독자들은 어떤 반응이었나 모르겠다.




빗맞아도 30년은 넘은 식당들이 의외로 많다. 이 식당은 내겐 추억이 상당히 많은 곳인데 이번에 인천에 출장길에 다시 들러 보았다. 마지막 가본 게 적어도 10년은 넘었을 것 같은데 간판이나 내부 인테리어는 변한 게 전혀 없었다. 제발 맛은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역시 내 기대는 무너지지 않았다. 역시 오래 가는 식당은 이유가 있다. 뻔하고 뻔한 뼈다귀해장국 혹은 감자탕 전문점들 중 이 곳은 뭐가 그렇게 다르겠냐고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확실히 다른 게 몇 가지 있는 아주 특별한 집이다. 단지 추억 때문이 아니다. 된장이 베이스가 되는 진한 국물은 직접 담근 된장 때문에 다른 식당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보장한다. 게다가 우거지 역시 연하고 부드러워 먹기 좋다. 뼈다귀해장국이라 하면 이게 전부 아닌까? 물론 뼈에 붙은 살점들이 식감 좋고 연하지만 그건 어디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니 콕 집어내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 곳은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언제 가도 불발이란 있을 수 없다.



벽면, 천정, 식탁, 의자, 바닥 타일, 그릇 등 모든 게 제자리에 있었다. 십 년 전의 모습 그대로 흐트러짐 없이 그 자리에 놓인 것만 같았다.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오고 갔는지 패턴이 닳아버린 타일을 보니 지난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나 닦아 댔는지 원래 어떤 색이었는지도 알 수 없을 테이블 위에 이빨이 툭툭 떨어져 나간 뚝배기 그릇이 올려졌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기억 속에 있던 예전 모습 그대로 차려진 것만 같았다. 감자 세 덩어리와 그 위에 올려진 우거지 한 덩이. 지난 세월이야 어떻든 기억은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가 보다.

조급증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한 술 뜨고 싶었지만 이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쓰고 싶은 욕심에 사진에 열을 올려야만 했다. 사진이 잘 나왔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사진인 것 같다. 더 이상 잘 촬영할 방법이 내겐 없으니까 말이다. 지금 이렇게 사진을 보니 스마트폰 사진이 오래전 DSLR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여느 식당들과는 달리 이 곳은 된장을 직접 만들어 쓴다. 국물 맛을 보면 알 수 있다. 된장이 해장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 아닌가? 예전에도 마늘과 된장 만으로도 반해 버렸던 기억이 났다. 간판만 전주가 아니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전날 술을 좀 마시긴 했기에 이게 얼마나 해장이 되는지는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할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밥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던 동행자는 허겁지겁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역시 일품이라는 감탄사가 함께 터져 나왔다. 당연하지! 30년은 훨씬 넘은 식당인데.



우거지도 여느 식당에서 만나왔던 녀석과는 다른 수준이다. 이렇게 사진을 올려 놓고 보니 또 먹고 싶어지는데 다시 인천까지 가기엔 부담이... ㅠㅠ 예전엔 통영까지 혼자 다니오기도 했는데 왜 이렇게 게을러 졌는지 모르겠다.



고기를 다 해치운 뒤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된장 맛이 강렬한 진짜 뼈다귀해장국이다.



적은 양은 아닌데 완전히 바닥을 비웠다. 깍두기는 거의 손도 안 댔다. 거의 마늘과 된장만으로 끝장을 봤으니 말이다. 먹자 마자 해장이 될 수 있을까? 동료는 해장이 됐다고 하더라만......



이 책 41페이지 마지막 줄에 이렇게 표현했었다.


매콤한 국물에 소주가 생각나는 날이면 전주해장국 집까지 걸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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