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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30. 2021

30년 맛집, 23탄-부산 3대 횟집 광안리 마라도

제주에선 볼 수 없는 횟집 부산 마라도 횟집

30년이 넘은 식당인 줄 몰랐던 부산 광안리의 마라도 횟집, 그냥 갔다가 놀란 마라도. 주차하면서 듣게 된 1부, 2부 리그. 저녁에만 영업하는 곳이라는데 하루 2회전만 돌린다는 황당한 운영 방식.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2시간씩만 먹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많은 양을 어찌 2시간 만에 다 먹는단 말인가?

광안리라는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 얼마나 만족감을 줄까 싶었지만 나의 편견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부산의 3개 횟집이라고도 하고 경남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라는데 가히 명불허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라도 횟집은 널찍한 주차장이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없어서 좋았다.



부산의 유명한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였다. 업무차 김해까지 돌고 다시 돌아온 부산에서의 저녁식사는 생각지도 못한 맛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약속 시간보다 십여 분 정도 늦게 도착해서 들어간 마라도 횟집은 왠지 공간이 어수선해 보였고 작은 방으로 안내받아 들어가니 이미 상이 차려진 상태였다.



호오~ 상차림이 좀 유별나단 느낌이 들었다. 침이 꿀꺽 넘어가는 걸 알 수 있었다. 단품으로 하나하나 따로 주문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산물 특수부위 종합 선물세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1인당 11만 원이라는데 최근 1만 원이 오른 가격인 듯했다.

아무렴 어떤가! 1인당 10만 원 하는 여의도 쿠마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차림이다.



일단 이것이 눈길을 끌었다. 해삼 내장이다. 한때 스쿠바에 꽂혀 살았을 때만 해도 해삼을 한 자루씩 잡아 올려 심지어 마구리 머구리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던 나다. 당시에도 정말 좋아했던 이걸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갑지 않을 수가 있다. 옆에 있던 동료의 몫까지 빼앗아 흡입했는데 사실 알고 보니 쥔장에게 부탁하면 리필도 해준다고 한다. 회는 물론 다른 메뉴들도 무한리필 급이라 하니 도전해 보면 알 일이다. 어차피 2시간 안에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 흔한 전복이야 그렇다 치고 키조개 관자, 뿔소라 같은 것도 그렇다 치고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유혹을 뿜어내는 건 단연 성게알이었다. 오이 위에 담뿍 올려진 성게는 제주도 부속섬인 우도에서 해녀인 행심이 이모가 잡아온 성게를 손질하는 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한 술 줍쇼,하는 모습으로 얻어먹던 기억이 났다. 숟가락으로 성게 알을 긁어내 먹던 그 맛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맛볼 수가 없었다. 싱싱함이야 그 이상 갈 순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오랜 추억을 더듬게 하는 성게알이 한 무더기 나의 입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거다.

추가로 간장에 절인 해삼은 너무 질기지 않게 적당히 꼬독거려 씹기 좋았던 것 같다.



본 메뉴인 회가 나왔지만 솔직히 회에는 이골이 난 터라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다만 참치부터 참돔까지 다양한 회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별로 특색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의 빗맞아도 30년 시리즈 말고도 최근 게재한 방어 맛집 2선만 보더라도 비교할 수 있을 거다. 아무튼 여긴 회보다 부속 메뉴들이 더 강렬하니 맛집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



아직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자 나의 생각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튀긴 밤도 이색적이지만 담백한 아귀찜은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했다. 게다가 빠질 수 없는 튀김까지.



이건 속풀이 용인가 싶었는데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배가 터지는 상황임에도 이어 나온 메뉴에 다시 식탐이 불러왔으니까.



랍스터는 어디 가나 뻔한 맛이지만, 어쨌건 별미는 별미다. 흔히 먹을 수 없으니 가치가 높은 녀석이니 남김없이 먹어치워야만 한다는 강박증을 밀어붙이는...

그런데 이게 메뉴에 포함된 것은 아닌 것 같다. 항상 얻어먹고 다니는 편이지만 이번에도 이게 원 메뉴인지 알 수 없으니 추가 주문한 게 아닌가 하는...

어쨌든 4명이 55만 원 내고 나왔으니 술값 포함해도 킹크랩이 추가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닐 수도 있지만. ㅎㅎ (방금 물어보니 기본 메뉴라 한다. 가심비 상승 중)


안타까운 건 조리된 메뉴는 대체로 짠 편이었다는 거다. 어찌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을 수 있을까만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음식점은 항상 초심의 문제가 있다. 내가 입이 고급이라 그런 건 아니지만 나를 <빗맞아도 30년> 음식기행을 하게 만든 선배님의 느낌을 버무려 보면 예전 같지는 못한 곳이라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유명해지면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하고 정리를 해보겠다. 어쨌든 가격 대비 만족도는 충분한 곳 같고, 회보다는 부속 메뉴가 가치를 매김 하는 곳 아닌가 싶다.

코로나 때문에 2시간이라는 시간 제약이 아쉽지만 1시간만 더 있었다면 좀 더 여유롭게 맛볼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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