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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26. 2021

30년 맛집, 22탄-주꾸미가 생각날 땐 신사쭈꾸미

노부부의 정성과 주꾸미의 타우린이 범벅된 놀라운 촉촉함

우리에겐 쭈꾸미로 알려진 주꾸미(표준어)는 봄, 가을에 인기가 많다. 특히 머리에 알을 품은 암컷 주꾸미는 별미 중에 별미가 아닐까? 그렇다고 주꾸미가 제철에만 식욕을 당기는 건 아니다. 요즘 같은 계절엔 아무래도 냉동 주꾸미를 사용하게 될 거란 걸 익히 알고 있지만 문어, 낙지, 오징어와는 다른 주꾸미만이 가진 미각적 마력이 있기에 수시로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역시 주꾸미에도 타우린 성분이 많다고 알고 있다. 타우린이 무엇인지 깊게 알면 피곤하니, 간단한 상식 정도만 머리에 넣고 보자. 병든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낙지에 대체 어떤 성분이 있기에 그런 황당한 효험을 이야기하는 걸까? 다른 아닌 타우린인데 박카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즉 자양강장제 성분이며 피로 해소에 좋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란 말이다.


사실 이 곳을 처음 방문한 게 십수 년 정도 지났으니 지주 찾지는 않았어도 제법 오래 다닌 편인 것 같다. 이 사진은 2년 전 촬영한 것이니 주변 상권은 조금 바뀌었을 순 있다. 신사쭈꾸미 역시 30년은 족히 넘은 식당인데 여느 식당들처럼 <SINCE 19OO>같은 문구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처음 갔을 땐 유명했던 여성 로커 3인방 중 한 명과 함께 한 자리였는데 얼마나 웃고 떠들었는지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새벽 2시 정도에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바글바글 했다. 주방엔 노부부가 직접 조리하고 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근 다시 방문하고 보니 그분들도 꽤나 열로 하셨더라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장사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집에 있으면 시간만 가는데, 늙어가는 걸 기다리느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장사나 하다가 죽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셨다. 조금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그분들이 안 계시는 신사쭈꾸미는 원래 그 신사쭈꾸미가 아니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까웠다.

맛은 추억이라는데, 신사쭈꾸미의 추억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으려나.



마이콜이 그랬다.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 난다고. 그렇다면 주꾸미는 어떨까? 물어보나 마나, 불맛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왜 그런지 익히 알고 있을 내용이다.



빨간 원적외선을 뿜어내는 구공탄 위에 올랴진 석쇠 위에 양념된 주꾸미가 육즙을 뚝뚝 흘린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주꾸미는 조금씩 변색을 하며 맛난 음식이 되어간다.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9시에 식당 영업을 접어야 하기에 늦은 밤 연탄불에 익어가는 주꾸미 양념구이와 깊어지는 담론 속에 하얗게 밤을 새우는 줄 모르게 만들 순 없어 안타깝다. 연세 지긋한 노부부의 정성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싶으면서 반면 나도 얼마나 빨리 늙어가는지 새삼스럽다.



어느 정도 익으면 불에서 멀찍이 떼어 놓고 따신 열기를 곁에 두고 먹으면 좋다. 아~ 길고도 짧은 그날의 추억이 그립구나. 택시 타면 오천 원이면 갈 거리지만 한동안 찾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만간 찾아가리라는 다짐을 해본다. 서울에 신사쭈꾸미 말고도 비슷하게 하는 쭈꾸미 전문점이 또 하나 있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엔 어떻게 해서든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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