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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25. 2021

30년 맛집, 21탄-제주현지인 맛집 신설오름 몸국

몸국의 레전드를 맛볼 기회는 구제주에만 있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찾을까? 난 거의 현지인 수준이 된 사람이라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엔 가본 지 오래돼서 흔히들 말하는 로컬 식당이 아니면 거의 안 간다. 관광객 식당이 맛이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로컬 식당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굳이 광고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구전으로 소문난 오랜 로컬 맛집은 앞으로도 쭉 구전으로 이어질 것이니까 말이다. 전래동화처럼......



구제주엔 오래된 맛집이 많다. 지금이야 자가용 차량들이 보편화되었지만 예전엔 대중교통의 중심이었던 제주터미널을 중심으로 상권이 이뤄졌다. 구제주, 신제주로 나뉘는 건 제주도 입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며 터미널 상권의 제주 구도심이 도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고 신도심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불과 이십 년 정도 지난 일이니 신제주도 이젠 신제주라 할 수 없을 것 같다. 제주시는 인구 증가로 도심이 포화되었고 외도동이 일산이나 분당처럼 외곽 도시의 역할을 하게 됐다. 어쨌거나 제주의 오랜 맛집이 구제주에 있는 건 이런 이유인 것이다.

신설오름 식당의 메인 요리는 단연코 몸국이다. 제주공항 인근에 김*선몸국이라는 식당도 있는데 거기도 상당히 맛있지만 신설오름의 몸국엔 제주 특유의 향토음식을 제주스럽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깊이가 있다. 단연 으뜸이라 단장할 만하다.



몸국의 몸은 해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신설오름 벽엔 이렇게 친절하게 몸에 대한 설명을 걸어 두었다. 덕분에 대충 알고 넘겨버렸던 몸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해본다. 몸은 구슬모자반이라고 한다. 피부염증에 좋다고 하니 피부가 더러븐 나는 마구 퍼먹을 일인가?



몸국을 주문하니 이렇게 단출한 상차림이 내어진다.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봄동과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이는 고추가 눈길을 끌었다. 김치는 제주도식 김치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김치이지만 몸국과는 묘한 궁합을 이루더라는.



몸국의 비주얼이 소박한 듯 화려하다. 붉은 고춧가루가 묘한 느낌으로 토핑 되어 있다. 왠지 매울 것 같은 느낌이지만 구슬모자반(이젠 잘 아니까!)이 오독오독 씹히는 몸국의 구수함에 약간의 매콤한 맛을 가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휘휘 저어 몸국을 한 숟가락 들어 보았다. 걸죽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맛있어 보이는.... 어제 먹고 왔는데 오늘 또 먹고 싶은 건 뭘까?



이게 핵심이다. 잘 보고 따라 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주 간단하지만 놓치면 안 되는 것! 함께 나온 젓갈로 간을 보면 몸국의 변신이 이뤄진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가지의 결합이 완전 찰떡궁합이다. 맛보기도 전에 침을 질질 흘리는 자신을 인식했다면 이미 늦었다.



퍼묵 퍼묵 하다 보면 어느새 바닥을 비운 나. 식당 안 누구 하나 게걸스럽게 그룻을 후벼 파지 않는 사람이 없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제주에서 제주스럽고 제주스러운 식당이나 음식을 찾는다면 신설오름을 놓치면 안 된다. 지난밤의 숙취 해소에 딱이라는 사실은 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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