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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21. 2021

30년 맛집, 20탄-깊은 산골 운두령 송어회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 사이, 청정계곡에서 키운 송어회가 있다

이 글을 쓰게 전엔 나의 최애 식당 중 하나인 운두령 송어횟집이 몇 년 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내가 다닌 것만 해도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니 30년은 충분히 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던 이유는 횟집 옆에 딸린 한옥 고택이 너무 아름다워 갈 때마다 집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십수 년 전 초봄, 용평리조트 시즌방을 정리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지인들과 예정 없이 찾아갔다가 예약이 너무 길어서 고택 옆 정자에 자리를 잡고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 기억도 있다. 정말 예스럽다는 표현이 너무 잘 어울리는 한옥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살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강원도 깊은 산골짝에 이런 멋진 집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운두령 횟집의 매력은 더할 필요도 없다. 이 집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게 아니라고 한다. 경상도에 있던 고택을 분해해서 여기다 재건축을 한 셈이다.



운두령 송어횟집을 찾은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예전에 DSLR로 촬영한 사진들이 꽤 많은데 이젠 어디에 처박아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마침 2년 전 또 예정에 없이 찾아간 운두령은 역시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나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을 정도니까. 물론 변한 모습이 없진 않지만 말이다. 식당은 예전보다 확장되어 있었지만 맛 하나는 아직 완벽하게 예전 그 모습 그 맛 그대로였다.



전에는 본 적 없던 멋진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었다. 감각적으로 잘 촬영한 사진인데 완벽하게 실 메뉴와 싱크로율 100%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눈밭 위에 송어를 주진 않는다. ^^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실제 메뉴인데 포스터와 다르지 않으니. 다만 촬영한 사람이 다를 뿐이다.(사진 퀄리티가 다르다는 ㅠㅠ) 오래전 기억이긴 하지만 내가 알기론 운두령 송어회가 유명해진 이유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한지(맞나?) 아래 깔린 돌판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돌판 위에 올려진 송어회는 한참이 지나도 바로 썰어 올린 듯 싱싱함을 유지한다. 마지막 한 점을 먹을 때까지 선도를 유지하는 이 돌판이 나중엔 전국의 횟집에 유행처럼 번쟈 나갔으니 모르긴 해도 이게 여기 전매특허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송어회 먹는 방법을 알고 가면 좋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으니 옆 테이블 힐끗거리며 배워야 하는 고로 사전 지식이 있으면 오랜 단골인 척하며 싱싱한 송어회를 즐길 수 있을 거다. 사진 두 장이면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취향에 따라 골고루 섞어 먹으면 되겠는게 난 마늘과 콩가루를 많이 넣는다. 이 고소하고 아린 마늘이 송어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확인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강원도 하면 감자, 감자 하면 감자술이다. 직접 버무린 야채와 송어 한두 점 배추쌈을 싸서 먹으면 신선도 필요 없다. 감자술 한 잔 곁들이면 집에 가고픈 생각이 사라질 거다. 아쉽지만 대리 불러 갈 만한 위치가 아니니 운전기사 한 명은 확보하고 볼 일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일행 모두가 애주가라면 필히 한 명은 술을 참아야 하는 지옥의 맛을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거친 매운맛이 송어의 담백함에 강원도 산골식 민물매운탕에 잘 어울린다. 송어회를 마무리하는 메뉴로 모자랄 일 없는 속이지만 포만감을 채워 돌아갈 수 있도록 꾹꾹 눌러줄 수 있다.


여긴 사진이 없지만 송어구이도 판매하는데 인원이 많다면 한 마리 곁들이는 것도 좋다. 컴퓨터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사진을 꺼내 올리는 성실함이 내게 없다는 아쉬움을 되새겨 본다.


난 어지간해서 명함을 가져오지 않는데 인스타그램을 본 지인 때문에 한 장 들고 나와 촬영한 사진이 있어 올려 둔다. 운두령 송어횟집을 가다 보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 했던 이승복 기념관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송어횟집들이 꽤나 많이 나타난다. 절대 유혹에 빠지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보기 바란다. 인내심이 거의 사라져 갈 무렵이면 더는 인가가 없을 것만 같은 곳에 고즈넉한 한옥이 보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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