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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6. 2021

31.흔한 두루치기지만 서귀포 동성식당은 많이 달라

제주도엔 은근히 두루치기 맛집이 많다

제주도를 자주 오간 사람들은 안다. 제주도엔 은근히 두루치기 맛집이 많다는 사실을.

이유가 있을 텐데 감히 추리를 해보자면, 제주도에 돈사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를 걸고 넘어가 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도 흑돼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지만 제주도 흑돼지의 피부색에 대해 말들이 많다. 사실 흑돼지의 피부는 일반 돼지와 다르지 않다. 단지 털이 검은색이라는 게 다른 거다. 물론 육질이나 맛이 다른 건 다른 이야기다. 흑돼지 전문점에 가면 까만 털이 박힌 고기가 나오는데 이게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흑돼지라는 증거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나 더!

제주도 흑돼지에 대한 진실이 있다. 제주도 흑돼지는 천연기념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제주도 똥돼지! 즉, 흑돼지는 제주도 천연기념물인 흑돼지가 아니다. 제주도 표선면 가시리에 가면 제주도 천연기념물인 흑돼지를 사육하는 농장들이 있다. 천연기념물인 흑돼지를 먹는다고?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다. 일정 농가에서 일정 물량만 판매하고 있으며 절대 알려줄 수 없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제주시에 천연기념물 흑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다는 사실! 어차피 물량이 딸려 아는 사람만 살 수 있다. 맛? 기똥차다. 제주도 흑돼지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흑돼지는 제주도 토종이 아닌 수입 돼지라고 알고 있다.

아무튼 제주도에 두루치기 전문점이 많은 이유는 다름 아닌 돼지 사육 농가가 많기 때문 아닐까 한다.


내가 제주도를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건 불과 십 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제주도까지 여행을 다닐 생각을 못 했었다. 전국 일주를 두 번이나 했음에도 제주는 항상 열외였다. 그러다 업무 때문에 제주를 처음 방문하고 현지에 있는 친구를 통해 바로 이 식당을 알게 됐다. 말하자면 로컬 맛집인 것이다. 서귀포 시내에서 동성식당까지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뻔한 거 아닌가?

참고로 동성식당에서 관광객을 본 적이 없었다. 원랜 로컬 맛집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 방문했을 땐 관광객을 두 명이나 봤다. 이럴수가... 나의 로컬맛집인데 언제 소문이 난 걸까?

동성식당은 내비게이션 없이 찾아가기는 절대 어려운 곳이다. 제주도 지리를 손바닥 보듯 하는 나조차도 동성식당을 갈 땐 매번 길을 헤매고 다닐 지경이다.


아쉽게도 동성식당 외관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네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언젠가 분명히 촬영하긴 했을 텐데...



이게 동성식당의 기본 상차림이다. 내가 어지간한 곳이 아니면 수직 샷을 촬영하지 않는데 이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런 사진들을 다 남겼다. 완전 시골상이다. 그냥 싱싱하다. 말이 필요 없다. 방금 뜯어서 씻어 올린 것 같은 수준의 싱싱함을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드디어 두루치기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이게 아마 둘이 갔을 때 촬영한 것 같기도 한다... 2인분이 맞을 거다. 셋이서 간 건 딱 한 번뿐이었으니까.



처음 갔었다면 이놈의 정체를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파무침 아래 콩나물 무침과 무채 김치가 있다. 이건 두루치기에 첨가되는 기본 재료이다.



일단 돼지고기, 감자, 마늘, 청양고추를 잘 익혀준다. 이건 다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는 과정이다. 누가 도와주거나 하지 않는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위에 준비된 야채를 올려 다시 익혀준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짝! 짝!

겁나게 비벼 익혀주면 입에 침이 고인다. 안 고이면 말고!



진짜 순박하고 신박한 맛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언제 이런 사진을 다 촬영해 놨나 싶을 정도이다. 이 맛을 뇌는 기억하고 있었던가 보다. 입에 침이 고이는 걸 보면 말이다.



동성식당의 두루치기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것! 말이 필요 없지 않나? 나중엔 이 맛을 위해 일부러 고기를 많이 남겨둔다는 사실.


나중에 직접 가서 가격표를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장담한다. 로컬맛집은 그냥 로컬맛집이 아닌 거다. 동네 분들이 와서 드시는데 비싼 가격에 팔면 욕먹을 게 뻔한 일 아닌가? 가시리에도 돼지 두루치기 맛집이 많고 많지만 동성식당에 비하면 조족지혈 아닌가 싶다. 돌 맞을 소린가? 아무튼 다음에 가시리의 로컬 두루치기 맛집도 한번 소개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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