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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25. 2021

30.일본에 온 듯한 착각, 논현동 갓덴스시회전초밥

골라 먹는 재미가 있지~

1999년 겨울 일본에서 아톰스시라는 회전초밥 전문점에서 무려 백만 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고 나온 적이 있다. 세 명이서 접시를 탑처럼 쌓았고, 주변 사람들의 놀라워하는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당시 100엔이면 600원 정도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오래전이라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초밥은 두 조각이 한 접시에 100엔에서 800엔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했던 것 같다. 가격별로 접시의 색상과 모양이 다른데 100엔짜리는 그냥 봐도 100엔 다웠다.

당시 국내에 회전초밥 전문점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십 대였던 내가 일본에서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있었던 일본에서 다년간 유학했던 8년 선배 덕분이었다. 맘껏 먹어도 된다는 말에 눈치도 없이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철이 없었던 건지...

처음엔 100엔부터 시작했다. 나중엔 500엔짜리까지 겁도 없이 먹었는데 지금도 그런 비용을 지불해가며 초밥을 즐길 것 같지는 않다. 무려 그런 어마 무시한 양에 도전할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왠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선 회전초밥집에 갈 일이 없었다. 보통은 횟집에 가서 초밥을 주문하거나 하는 정도였지 회전초밥 전문점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갓덴스시를 찾게 된 건 역시 선배님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회전초밥? 한국에서? 왜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가 싶었다. 국내에선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갓덴스시는 국기원 사거리 대로변에 있다. 주차는 발렛으로 처리했고,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랏샤이 마세~"로 시작하여 온통 일본풍이다. 딱히 기대했던 건 아닌데 꽤나 재미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실 일본에선 그렇게까지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곳엔 가본 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더 일본스럽단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손님이 상당히 많다. 나는 애초에 모르고 찾아간 곳이라 몰랐지만 이미 유명한 곳이었던 모양이다. 홀도 넓고 직원도 많고 절대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강남 한복판 1층의 대형 매장을 운영하려면 어지간히 영업해서는 유지하기 힘들 텐데 손님이 많은 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초밥의 절반은 눈으로 먹는 거다. 일본에서 먹던 거에 비하면 섬세한 미적 감각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초밥 위에 올려진 회와 토핑 된 야채와 소스 등이 제각기 다른 멋을 낸다.



이번에도 선배님이 쏘시는 거라 역시 이번에도 눈치 없이 마구 떠다 먹기 시작했다. 접시 별 가격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차분하게 테이블 위에 빈 접시를 쌓아갔다. 접시 탑 쌓기는 재밌는 놀이다.



여러 형태의 초밥들이 테이블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생선이 말라 있는 비인기 초밥도 가끔씩 돌아가는 게 보였다. 회전초밥 전문점의 가장 큰 문제점일 수 있다.



각기 다른 초밥들이 지나가고, 맘에 드는 접시들을 꺼내 맛을 보노라니 마치 일본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너무 예뻐서 먹기 아까운 녀석들도 있다. 만약 내가 초밥을 만든다면 이런 비주얼을 창작해 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다 개인 취향이니 뭐가 제일 맛있다고 선을 그을 수는 없는 일이다.



좀 더 쌓을 수는 있었지만 이젠 나이도 먹고 철도 조금 들었으니 접시 쌓기 놀이는 이 정도에서 자제하기로 했다. 가격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모르긴 해도 선배님은 두 번 다시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작정하셨을 수도. ㅎㅎ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끊을 수 있었던 건 어릴 때만큼 양이 많지 않아서였을 거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메뉴판을 보니 포장도 되는 모양이었다. 초밥은 모름지기 바로 만들어 바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법. 난 포장까지 해가서 먹을 것 같진 않다.

지갑이 좀 두툼해지는 날, 다시 또 접시 탑 쌓기 놀이를 하러 다녀와야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분점이 몇 개 있더라는. 아무튼 난 다른 덴 모르겠고 국기원사거리에 있는 곳엘 다녀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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