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동호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팔당의 자덕 성지
하남에 거주하는 자전거 동호인들의 라이딩 실력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있었고 하남에 사는 후배를 따라나섰다가 체력이 탈탈 털려 돌아온 기억도 있는데 아무튼 팔당에 소재한 하남 사람들은 인근의 맛집을 꿰고 사는 걸 알 수 있었다. 창모루 같은 경우는 하남 사람들은 물론 자전거 동호인이라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곳이다. 아직까지 칼국수를 8,000원에 팔고 있는데 엄청난 양의 바지락이 들어간 걸 보면 만족도는 어마어마하다.
황당하게 큰 냄비 안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양이 차려지면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시원한 육수에 고소한 칼국수 면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금세 바닥을 볼 수 있다. 맨 위엔 잘게 자른 유부가 올려져 있다. 이건 3인분인데 다른 비교할 만한 게 없어 보인다. 이걸 눈으로 보면 이해가 쉬운데...
칼국수가 어느 정도 익기 시작하면 파와 김가루를 냄비 위로 투척한다.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지만 국물을 머금은 김가루가 칼국수의 비주얼도 살리고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배가시킨다.
칼국수 면발이 익어가는 게 눈에 보인다. 배가 고프면 손이 먼저 가게 되는데 정 궁금하면 국물이라도 몇 국자 떠먹으며 스스로를 달래 보는 게 좋다. 어차피 조급할 필요도 없는 게 어지간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니까.
칼국수는 집게로 건져 내고 국물은 국자로 뜬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냄비가 깊어 처음엔 잘 모르겠지만 국자로 바닥 쪽을 노려보면 바지락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갯벌 밑에 숨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칼국수 사이사이를 잘 보면 깜짝 놀랄 일이 또 벌어진다.
황태, 새우, 바지락, 홍합
이 녀석들이 바로 지금의 창모루를 존재하게 해 준 녀석들인 거다. 영종도나 대부도에 가면 먹을 수 있을 해물칼국수를 내륙 깊숙한 팔당댐 근처에서 맛볼 수 있다는 거다.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도서 지역의 해물칼국수에 비해도 저렴한 게 사실이다.
더워서 죽겠다던 사람들은 따끈한 칼국수 국물로 이열치열 해결했다. 언제 더위를 먹었던가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든든하게 채운 뱃심으로 서울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날이 쌀쌀해지면 더 자주 찾게 되는 곳인데 여름에도 이렇게 만족스러울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