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 없다는 용인의 맛집, 삼미당 막국수가 있다. 아직 용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머릿속에 정확한 위치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용인의 외곽이라 느껴지는 한적한 곳에 황당하게 이런 맛집이 있다. 이 집도 내 의지로 찾아가게 된 건 아니었다. 선배님과 함께 근처를 지나가던 중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 됐고, 당연히 선배님의 맛집 데이터베이스가 작동한 것이다. 하여튼 선배님의 뇌 속엔 얼마나 많은 맛집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복사해서 내 뇌 속에다 옮겨놓고 싶기도 하다.
새로 지은 듯한 건물 벽면에 붙인 대형 간판의 문구가 눈에 띈다. 메밀을 직접 갈아 만든 투박한 매력의 진짜 막국수. 게다가 "두말하면잔소리"라며 띄어쓰기도 무시한 한 마디를 딱 부러지게 써 놨다. 만약 선배님과 동행한 곳이 아니었다면 분명 난 속으로 '직접 갈아서 안 하는 맛집이 어딨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난 엄청 까다로운 인간이 되어버린 거다.
면발부심이라... 삼미당은 면부터 다릅니다? 너무 강조하는 거 보니 호기심도 생기고 '맛만 없어봐라' 하는 식의 어이없는 치기도 생겼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천정고도 높고 인테리어도 매우 깔끔해서 분위기가 일반 막국수 식당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막국수 식당은 조금은 시골스러워야 한다는 편견 때문일까?
이번에도 선배님은 내게 뭘 먹을 거냐는 질문도 없이 주문을 했다. 난 이미 선배님의 식도락에 매우 길들여진 상황이라 그저 기대, 기대, 기대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상 위에 차려진 감자전! 이거 뭐지? 감자전의 비주얼이 지금껏 내가 먹어왔던 녀석들하곤 너무 다르다. 아직 입 속에 넣지도 않았건만 바삭거리는 느낌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거 이래도 되는 걸까?
난 집에서도 감자전을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라 감자전의 바삭함의 끝을 잘 안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밀가루를 첨가하기도 한다던데 감자전은 오롯이 감자면 충분하다. 간을 보는 건 적당량의 소금뿐. 아무튼 감자전을 하려면 굵은 강판에 입자가 크게 갈아낸 감자의 수분을 채로 걸러낸 후 수분을 짜내어 들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중불로 바싹 익혀내면 된다. 그런데 삼미당 막국수의 감자전은 채로 썬 감자를 썼다. 나도 집에서 이렇게 해봐야겠다. 내가 요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걸 여태 몰랐다는 건 아직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인 걸로.
감자전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드디어 기다리던 막국수가 나왔다. 면발을 보니 내공이 느껴진다. 일단 맛을 보면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삼미당 막국수의 면발은 면이 톡톡 끊어지는 메밀면 특유의 식감이 살아있다. 솔직히 서울에 좀 더 순도 높은 메밀면 전문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삼미당 막국수가 용인에서 소문난 메밀 전문점이라는 건 인정할 만했다. 빨간 전용 비빔소스는 고소한 메밀의 맛을 곁들일 뿐, 메밀 면발의 독특한 식감이 중요하다.
앞으로 이 길을 지날 때 마침 식사 시간이라면 거침없이 차를 멈춰 세우게 될 거란 건 결정 난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밀 막국수보다 감자전에 더 점수를 주게 되는 건 뭘까?
나중에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지만 만두전골도 메뉴판에 있었던가 보다. 기회가 된다면 만두전골도 도전해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