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Jun 14. 2021

27.미역국을 원래 요리라 불렀던가? 부산오복미역

미역국의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미역엔 후코이단 성분이 많아 항암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미역귀는 프로레슬러  이왕표 님도 항암용 식품으로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깊게 들어가면 얕은 지식이 드러나니 이 정도까지만...



부산 출장을 갔다가 술을 진탕 마신 다음날 해장에 좋은 음식을 물색하다 현지인에게 이끌려 찾아간 곳이 바로 오복미역이다. 처음엔 미역국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아무데서나 흔히 먹을 수 있는 미역국을 돈 주고 사 먹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하도 맛있다는 말에 끌려 방문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복미역 간판을 보는 순간 이건 예상했던 것과는 뭔가 확실히 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대체 이 느낌은 뭘까? 간판에 버젓이 <오복미역>이라고 쓰여 있었고 대한민국 최초 참가자미, 전복 미역국 전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미역국이 뭐 대단한 거라고 이렇게 요란할까 싶기도 했다. 잠시 내 경험 속에 있는 다양한 미역국을 떠올려 보았다. 강원도에서는 우럭을 넣고, 서해에서는 광어를 넣는다. 제주에서는 성게나 보말을 넣기도 하고 집에서는 전복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꽃게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미역국도 있었다. 참가자미가 들어갔다고 해서 딱히 대단할 이유는 없을 것도 같았다.



실내에 걸린 안내판에도 대한민국 최초 참가자미, 전복 미역국 전문점이라고 당당하게 쓰여 있다. 전복은 내장을 풀어서 넣지 않는 이상 뻔한 맛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 전복 미역국의 맛은 익숙하지만 참가지미를 넣은 미역국은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얼마 전 브런치에 소개했던 <독도참가자미회>가 다음 메인에 소개되며 현재 103,100회라는 조회수에 이를 정도인데 부산에선 참가자미를 요리에 많이 쓰는가 싶었다.

입구에서부터 들기름 볶은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졌는데 물기 있는 미역을 들기름에 볶으며 나는 냄새인 듯했다.



상차림은 이렇다. 돌 맞을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내 평생 제일 맛없는 김치를 밀양의 유명 맛집에서 먹어보기도 했고 경상도 사람인 엄마도 경상도 김치가 제일 맛이 없다는 평을 하시기에 부산의 김치에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편이다.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사실 최근 부산의 맛집 탐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 음식엔 별로 기대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다만 부산의 해산물엔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십 년 전쯤 부산에서 먹었던 고래고기도 그랬고 곰장어 역시 지금도 잊지 못할 음식들 중 하나이니까. 게다가 부산의 밀면은 어떻고~ 아무튼 고정관념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없는 요즘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참가자미 미역국이 상 위에 올려졌다. 익숙하게 고소한 냄새에 참가자미의 익숙지 않은 비린내가 살짝 묻어 있었다. 생선이 들어갔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전혀 거북하지 않으며 오히려 바다 맛이 난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바다 밑 미역 밭을 헤엄치다 미역과 함께 통째로 건져진 참가자미의 모습이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몇 조각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참가자미가 통째로 조각난 채 미역국 안에 파묻혀 있다. 이게 미역국에 참가자미를 넣은 건지 참가자미국에 미역을 넣은 건지 모를 정도이다.



반찬으로 나온 꽁치 사이즈가 상당하다. 도심에선 저만한 꽁치 한 마리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것 같은데 반찬으로 준다. 



뽀얀 국물은 사진으로만 봐도 고소해 보인다. 들기름과 미역과 참가자미가 바싹 어울려 만들어진 국물 아닌가? 이건 어찌 보면 그냥 미역국이라고 하기엔 뭔가 한 박자 부족한 느낌이다. 새로운 음식 이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장하러 갔으니 해장은 확실히 됐고, 작지도 않은 뚝배기의 바닥을 보고 말았으니 이 어찌 맛을 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실 참가자미 미역국을 먹다 보니 다른 반찬엔 딱히 관심을 줄 필요가 없었다. 처음엔 뚝배기가 뜨거워 숟가락으로 떠 마시다가 나중에 뚝배기를 손에 댈 수 있을 정도 되었을 쯤엔 손으로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만약 국물이 리필되는 거였다면 반 뚝배기 정도는 더 마실 수 있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26.수지 산뜨락에서 인생 최고수준의 보리굴비를 맛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