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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09. 2021

26.수지 산뜨락에서 인생 최고수준의 보리굴비를 맛보다

한 번 가보면 단골이 아니 될 수 없는 곳

가까운 곳도 아닌데 일 년 동안 무려 세 번이나 다녀온 곳이다. 산뜨락의 보리굴비를 맛본 후 나의 맛집 목록에 있던 보리굴비 맛집들의 순위가 똥째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어찌 이렇게 괜찮을 수가 있단 말인가? 보리굴비 하나만 가지고도 인생 맛집이라고 해도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산뜨락의 보리굴비는 이미 방송까지 탄 유명한 메뉴였다.



어지간해서는 식당 외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인데, 산뜨락은 곳곳에 섬세하게 관리되어 나름의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산뜨락에서 간장게장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다음에 근처 지나갈 일 생기면 맛을 봐야겠다. 그런데 과연 다음 방문 때에도 보리굴비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류가 너무 적나라한가? 한정식집이니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 아무튼 여기까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지금이야 근처에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고 있어 도심 같지만 산뜨락이 자리 잡고 있던 초기에는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조용한 식당이었을 거다. 오래전엔 연인들의 비밀의 장소로 애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ㅎㅎ



보리굴비엔 역시 얼음 둥둥 뜬 녹차물 아닌가? 그런데 여기 녹차물은 성의가 있다. 다음에 소개하겠지만 역삼동에서 보리굴비로 이름 좀 난 식당에서도 이런 수준의 녹차물은 나오지 않았었다. 돌솥밥과 보리굴비와 녹차물이 얼마나 맛깔스러운지 모른다.



위 두 사진은 각기 다른 날 찍은 사진이다. 테이블이 다른 게 티가 팍 난다. 이게 연잎일까? 어떤 잎으로 싼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멋진 옷을 입었다.



보리굴비는 직원이 직접 살을 먹기 좋게 발라준다. 돌솥밥을 녹차물에 풀어 짭짤한 보리굴비를 올려 떠먹으면 왜 녹차물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녹차의 품질의 따라 보리굴비의 수준도 달라진다. 굴비가 가진 비린내를 녹차가 잡아주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감도는 그 식감이란 맛보지 않은 사람을 알 수 없는 거다.



해체된 굴비를 다 먹고 나면 이렇게 대가리와 꼬리만 남는다. 굴비 자체가 큰 놈이라 적은 양이 아니지만 다른 음식은 포기하더라도 보리굴비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 끝까지 꾸역꾸역 입안에 넣고 말았다. 다시 찾아오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찾아갔고 몇 달 후 또 찾아가고 말았으니 산뜨락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다음에 들렀을 땐 네 명이 갔었는데 양이 딱 4인분이었다. 둘이 다닐 때보다는 양이 좀 더 많으니 사진빨이 좀 더 받는 느낌이랄까? 푸짐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차려지는 음식들을 단컷으로 촬영해 봤지만 이내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사진 촬영은 멈춰지고 말았다. 전에 촬영해 두었던 사진도 넉넉하고 인스타그램이 아닌 내 브런치 계정에 맛집 칼럼을 쓰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사진에 욕심이 없기도 했다. 이 사진은 갤럭시 폴드로 바꾸기 전 노트로 촬영한 건데 그래도 잘 나온 사진들 같다.



메인 사진으로 쓰기에는 세로로 너무 길게 나와 다른 사진으로 대체했지만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군침이 도는 걸 보면 산뜨락의 보리굴비가 뇌리에 꽉 박힌 모양이다.



역시 정갈함이 돋보인다.



이렇게 돌솥밥과 천상 궁합인 산뜨락의 보리굴비. 다시 먹으러 가고프다. 요즘은 용인으로 출장 갈 일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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