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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08. 2021

25.장단콩을 안다면, 통일동산 두부마을

왜 줄을 서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헤이리를 자전거 타고 다니게 된 게 이제 삼 년 조금 넘은 것 같다. 잘라 말하면 자전거 동호인이 된 지 삼 년 됐다는 이야기다. 로드바이크에 꽂힌 나는 자전거 소설 <로드바이크>를 두 편이나 냈다. 1편은 베스트셀러 딱지도 달아봤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터파크 1위도 해봤다. 코로나 때문에 영화판이 어수선해서 아직 정식 계약은 지연되고 있지만 잘하면 영화로 제작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아무튼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면서 알게 된 <통일동산두부마을>은 사실 차를 타고 갔다. 그것도 다름 아닌 선배님의 맛집 목록에 의거하여 맛집을 따라다니다 들러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는 건데, 아무튼 자전거 동호인들이 몰려다니는 식당치곤 맛없는 집이 별로 없는 건 신나게 라이딩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오는 것 이상의 재미난 게 별로 없기 때문 아닐까?

(어쩌다 보니 몇 년 전 쓴 소설을 홍보하고 말았다. ㅎㅎ 2편은 환경 소설인데 그것도 재미있다.) 



파주가 장단콩이 유명한지 사실은 몰랐었다. 이참에 작정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장단콩은 장단군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파주시 장단출장소 지역이나 연천군 장남면(구 장단군)에서 생산되는 콩이다. 장단콩마을은 구 장단군 지역인 임진강 이북의 민통선에 있어 신분증을 맡겨야 들어갈 수 있다. 매년 11월에는 장단콩축제를 개최하는데 구 장단군 지역은 아니지만, 다리만 건너면 장단 지역인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최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장풍군 대덕산리에서 재배되고 있다.[1] 연천군에서는 장단콩 브랜드를 파주시만큼 적극 사용하진 않는다.

장단콩의 '장단'이 지역 이름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완두콩, 강낭콩 같은 특색이 있는 콩들을 제외하면 딱히 콩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건 딱히 관심이 없었던 것 때문인 것 같다. 몇 년 전 전 세계 콩에 대해 공부해서 책을 하나 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 난 게으름을 이겨낼 수 없는 것 같다. 언젠가 쓰긴 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콩이란 고단백의 열매는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지구의 지표면을 덮었던 고생대의 식물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것 같다. 지구에 존재하는 콩의 종류만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콩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욕심이 생겼을 것이고 말이다.



이게 장단콩인데 식당에선 이렇게 구운 장단콩을 애피타이저로 내어 주었다. 치아가 단단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음식인데 어릴 때 볏짚 태워 콩 튀겨 먹던 추억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비주얼만 가지고도 한 시간을 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난 시골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몇 번을 갔지만 사진 찍는 데 정말 인색했던 것 같다. 상차림은 완전히 콩 잔치다. 콩 아닌 놈은 말을 말라는 식인가? 아마 콩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들 수 있지만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음식만 선정해 놓은 듯했다. 장단콩으로 만든 통일동산두부마을이니 두부로 끝장을 보는 거다. 우선 두부가 만들어지기 전 최초의 탄생은 다름 아닌 순두부 아닌가? 정말 담백하다. 난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먹기도 하는 편이어서 직접 만든 두부가 가진 식감을 잘 아는 편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두부와는 격이 다름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정말 우스운 일이지만 두부만큼 만들기 쉬운 음식도 없는데 요즘은 집에서 두부가 뭐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시도조차 않는다. 그까짓 간수 역시 대단할 것 없고 간수를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많다. 아무튼 여기 장단콩두부 전문점은 집에서 만든 것만큼이나 담백함을 잘 끌어냈다. 내가 만들어 먹어도 이 정도 수준을 될까 싶은 의문이 들었을 정도니까. 아무래도 집에서 검정콩이나 백태콩으로 만들어 먹는 두부와는 다른 것이 콩의 종류에 따라 두부도 조금씩 기품이 다른 건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짐이도 고소하고 맛있고, 순두부도 맛있고, 두부도 맛있다. 다른 찬들도 시골스럽고 알차게 맛있다. 파주가 도심이라고 할 순 없으니 어떻게 보면 시골인심 가득한 시골밥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실 이게 하이라이트다. 장단콩으로 만든 청국장. 역시 장단콩두부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구수한 청국장을 외국인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릴 땐 정말 이 냄새를 힘들어했었는데 나이가 어느 정도 차 버린 지금은 청국장만큼 맛있는 우리 음식도 흔치 않은 것 같다. 잊을 뻔했는데 통일동산두부마을 음식 중 맛없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좀 더 특별함이 있으면 있지 부족함은 없었다. 두 번째 갔을 때에도, 세 번째 갔을 때에도 함께 간 누구 하나 나의 칭찬에 장단을 맞춰주는 것을 보면 입맛은 다들 비슷했던 모양이다.



 




여긴 주차 문제가 없지만 식사시간에는 많이 붐비는 편이다. 주말에 가면 길게 줄을 서야 하니 남들보다 일찍 가면 편하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아드신다고 하니 그런 논리로. ^^

이번 맛집 후기에는 사진보다 잡글이 더 많다. 다음엔 사진을 열심히 찍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참 신기한 게 사진 찍는 걸 잊을 때가 있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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