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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n 06. 2021

24.매운맛에 자신 있다면 덤벼라! 천호동 엄마손만두

공포의 매운맛 김치만두, 하지만 진짜 맛있는 만두를 원하면 그냥 김치만두

천호동에 볼 일이 있어 갔는데 선배님은 여길 또 어떻게 알아내신 건지 갑자기 이 식당을 지목했다. 대체 서울시 안에 있는 맛집은 모조리 머릿속에 담아두고 계신 모양이다. 아무튼 좌회전하라면 좌회전하고, 우회전하라면 우회전하여 찾아간 곳이 바로 이곳 천호동 엄마손만두. 김치만두 전문점이다. 고기만두는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 뒤에도 주차 공간이 있지만 운이 좋아 건물 앞 주차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일단 선배님의 맛집 목록에 올라 있는 식당들 중 실패란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깊은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대가 꿈틀거렸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은 왜 아빠 손만두는 없는 걸까 하는...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문 앞에 걸린 가격표를 보니 왠지 좀 사악한 가격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거나 우린 맛만 있으면 그만한 가격을 제시하는 건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편이라 개의치 않지만 자꾸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 집도 역시 방송 프로그램을 몇 번 탄 모양이다. 그런데 잠시 후 몰려드는 손님들. 운이 좋았던 걸까 싶었지만 선배님이  점심시간 전에 오려고 하셨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매운 김치만두 한 접시와 일반 김치만두국 두 개를 주문했다.


매운 김치만두가 먼저 내어졌다. 어째 만두 개수가 적다 싶었는데 크기가 장난 아니다. 게다가 만두피 안쪽으로 불투명하게 비친 김치의 컬러가 벌써부터 어지간한 내공으로는 범접할 수 없는 매운맛을 품고 있을 거라고 예고하고 있었다.



앞접시에 만두 하나를 올려두고 반쯤 쪼개어 봤는데 예상했던 대로 매운 향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단히 각오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매운맛은 뜨거울 때 더 맵다는 걸 떠올렸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너무 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미 얼굴엔 땀이 범벅이었다. 감당할 수 없으면 도전하지 말아야 하는 매운맛이다.



일반 김치만두 역시 기본은 한다. 매콤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김치만두의 맛을 좌우하는 건 김치 아니던가? 엄마손만두의 김치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낼 수 없을 거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주방 앞에서 만두를 빚는 분이 계셨다. 엄마손만두의 엄마이신 듯했다. 눈을 감고도 만두를 빚을 수 있을 정도의 절제된 손놀림. 만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불필요한 동작은 아무것도 없었다. 개방된 주방 안에도 뭔가 작업이 한창이다. 오로지 만두 한 가지만, 그것도 김치만두만 만드는 엄마손만두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그 후로도 방문했는데 역시 매운맛은 아무나 도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새로운 멤버를 통해서 새삼 느꼈다.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들을 보고 즐거워하는 난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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