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정말 독특한 인심 좋은 제주의 오랜 횟집
처음 갔을 땐 코로나 전이었다. 늦은 시간인 데다 우리가 거의 끝물 손님이었다. 다음에 간 건 남원에 사는 지인과 함께였는데 제법 이른 시간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겠다고 사진들을 찾아보니 처음 갔을 때 촬영한 사진은 어디에 처박아 두었는지 영 보이질 않는다. 하도리를 지나가 본 사람이라면 이 식당을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껏 몇 달밖에 안 되었는데 무슨 회를 주문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회 종류가 중요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제일 먼저 나온 건 해물 부침개였는데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뚝딱 먹어 치우고 염치도 없이 하나 더 부탁을 드렸는데 선뜻 하나 더 부쳐 주셨다. 여러 가지 해산물이 차려졌는데 역시 제주스럽게 싱싱한 문어와 갑오징어가 입맛을 다시게 했다. 별방촌은 독특하게 토치로 구운 소라가 나왔다. 보통은 삶거나 회로 주는데 구운 소라는 처음이었다. 아직도 먹거리의 다양성에 대해선 갈 길이 멀구나 싶었다.
이 사진을 보고서야 어떤 회를 주문했는지 알 수 있었다. 흔하디 흔한 광어인데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 정말 신기한 일이다. 역시 음식은 어떤 사람과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어찌나 박장대소하며 웃고 떠들었는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먹고 마셨던 기억이다.
회 먹는데 소주가 빠질 순 없다. 지금이야 서울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술이 되었지만 아주 예전엔 제주에서나 마실 수 있던 소주 아니던가? 90년대에만 해도 타 지역 소주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설악산에서 경월 소주를 마시기 싫어 진로 소주를 찾아온 상점을 다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기도 한데 25도나 되는 소주 중 진로 소주만큼 맛있는 소주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21도밖에 안 되는 한라산 소주도 독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사람의 입은 너무 간사한 것 같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광어회. 광어회가 원래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걸까? 제주에선 광어 낚시를 안 다녀서 모르겠지만 서해에서 5킬로그램 넘는 대광어를 잡으면 인절미 정도의 쫄깃한 식감을 느끼곤 했었는데 아무튼 광어회의 새로운 발견이랄까?
빈 술병이 쌓여가는데 먹을거리는 줄기차게도 나왔다. 횟상의 끝엔 언제나 매운탕이 있기 마련이지. 이쯤 되면 거의 술이 술을 마시는 지경인데 여기서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배가 불러 죽을 지경이었는데 공깃밥을 다 비워버리고 마는 상황이 벌어진 거다.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이렇게까지 많이 먹지 못하는데 말이다.
식당엔 우리밖에 없었다. 마지막 손님이었을 우리는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10시 전에 식당을 나와야만 했다. 맘 같아서는 몇 잔 더 마시고 싶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고 아쉬운 알코올 홀릭으로 집에서 맥주 한잔 더 마셔주는 주당스러운 센스를 부리고 말았다. 역시 제주는 배신하지 않는다. 오존 풍부한 맑은 공기는 다음날의 숙취도 없게 만들어 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