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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ul 21. 2021

42.돈 내고도 공짜로 먹은 느낌, 부산사계횟집

세상에 이런 가격에 이런 횟집이 남아 있었다니

그게 글쎄~ 그런 집이 있다더라는 말에 무작정 가자고 했다. 말도 안 되게 싼데 말도 안 되게 많이 주는 횟집이 있다고 했다. 그래 봤자 횟집이 뻔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 후회하게 만든 집이 바로 사계다.

정말 믿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말이다. 이 글을 보고 가실 분이 또 어마어마하게 많을 게 분명하니 직접 가서 놀라움을 경험하시라는 의미에서 가격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 미리 퇴근하고 총알같이 날아가지 않으면 줄만 서다 집으로 돌아와야 할 거다.



식당이 여느 횟집과 다를 것 없다. 얼마나 오래된 식당인지 좀 허름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 수족관에는 의외로 많은 횟감들로 가득한데 아마 매일 그만큼 소진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안주 주문과 함께 주문한 대선 소주. 부산하면 대선 아닌가? 타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선 소주에는 아스파탐 대신 벌꿀이 들어있다. 하긴,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긴 하더라만.

배추김치 초밥이 사람 수대로 나왔다. (참고로 이 집을 방문한 건 코로나 2단계 때였다.)



수삼인지 장뇌삼인지 아무튼 삼을 주는 것도 재밌는데 생선 등 해산물이 나오기 전에 풀떼기라도 먹으며 기다리라는 의미로 이렇게 맛난 녀석들이 올려졌다.



보통 이런 생선구이 류는 회를 먹은 후에나 주는데 여긴 순서가 바뀐 듯했다. 하지만 나 같은 술꾼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다. 주요리가 나오기 전에 이런 부요리로 소주병을 흔들 수 있으니 말이다.



자잘한 부요리들이 순서 없이 쏟아졌다.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마셔대서 그랬을까?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가 뭐가 그렇게 맛있냐며 소주 한 잔 달라신다. 재미있는 동네다. 아주머니와 소주 한 잔 나눠 마시고 계속 술을 들이부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팁 좀 드렸어야 했다. 왜 이곳에선 그리 인색하게 굴었을까?

부추전 사진이 아주 맛깔스러운데 고소하고 바삭해서 바로 소주 1병 마감이다.



드디어 바다향이 나는 녀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이것만 따로 주문해도 몇만 원은 받을 것 같은데 이런 게 다 서비스라는 것도 놀랍니다. 양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보통은 아주 찔끔 맛보기 정도로만 제공하는 편인데 아무튼 여기는 손이 크다.



같은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올린 것 같긴 한데, 이 어설픈 사진술로 비주얼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음이 아쉽기에 이렇게 마구 투척한 거다. 내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이 간 사람들의 젓가락을 통제했으니 그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의 상차림에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흐뭇해하던 동행자들의 표정이 기억난다.



광어, 방어, 연어 모둠회다. 이게 사진이라 그런데 부추전 접시와 비교해 보면 회 접시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거다. 대체 얼마나 마실 생각인지 헛개파워를 사 온... 부산 내려왔으니 살아서 돌아갈 순 없다는 의미였을까? 아무튼 꽤 많이 마시긴 했다. 1인당 4병은 마셨고 나가서 2차, 3차까지 소주를 들이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다음날에도 멀쩡히 업무 다 봤다. 나의 주량은 나도 모르는데 어찌 나를 잡겠다고들 덤비시는지...



사잇살이 두툼한 방어회를 삼과 함께 씹었다. 씁쓸하고 달달한 맛이 묘하게 어울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오랜만에 돌멍게를 만났다. 부산은 원래 이런 곳이었던가? 돌멍게는 쉽게 볼 수 없는데 어찌 이런 귀한 녀석을 다 주는가 싶었다. 비단멍게도 기똥찬 맛인데 식당에선 파는 걸 아직 못 봤다.



꽁치, 열기, 서대 뭐 이런 녀석들이 구워져 나왔다. 어떻게 보면 잡어라고 할 수 있는 어종이긴 하지만 이렇게 술자리에서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언제 시간 내서 후리질도 좀 하고 그래야 하는데... 이젠 힘이 없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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