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가 딱 맞는 계절이 왔다. 휴가철이 코앞이고 파란 바다 위로 하얀 물거품이 밀려드는 아름다운 파도가 너무 매력적인 동해바다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난 산에 다니면서 설악산과 인연이 깊어져 속초에 다녀온 것만 거짓말 조금 보태백 번은 될 것 같다.
지금 이 글은 마침 일요일 새벽 라이딩에 약속보다 너무 일찍 나와 시간 때울 겸 끄적거리고 있는데 지금쯤 속초에서 전날 음주의 흔적을 지워버릴 만한 것을 찾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적합한 메뉴일 것 같다.
봉포머구리집 앞 해변이다. 여길 다니기 시작한 게 이제 겨우 십 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세 번째 자리를 옮겼다. 지금이야 엄청나게 큰 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초대형 식당이 되었는데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난 가격 빼곤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하나 더 추가하라면 원재료가 자연산에서 양식으로 변했을 것 같긴 하다.
머구리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간략히 설명하면 깊은 수심의 바다 밑에서 공기 공급을 위한 호스가 연결된 원형 헬멧을 쓰고 해저작업을 하는 작업자를 말한다. 한 때 내 별명은 마구리 머구리였단 시절도 있었는데...
봉포머구리집의 기본상인데 콩요리가 제일 손이 많이 간다.
모둠 물회를 주문하면 몇 가지인지 알 수도 없는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 올려져 있는 커다란 그릇을 만나게 된다.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먹다 보면 오히려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싱싱한 회도 그렇지만 지금의 봉포머구리집을 있게 해 준 칼칼하고 군더더기 없는 물회 육수가 수저를 놓을 수 없게 한다. 난 포항의 유명 물회집도 여러 곳 가봤는데 내겐 이 집 만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속초에 가서 봉포머구리집엔 꼭 들렀다 오는 편이다.
소면을 올려 무자비하게 물회와 비벼 한 국자 퍼 올리면 상큼한 식초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침샘에 침을 고이게 한다. 사실 이 맛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내 표현력으론 도저히 쉽지 않다...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이 녀석 아닌가?
사임당 생막걸리 한 잔이 따라가면 물회의 맛은 추억과 버무려져 뇌에 각인되기 시작할 거다.